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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족없는 시신 해부…비윤리? 연구용 불가피?
무연고 사망자 ‘시체해부법’ 개정안 논란…“죽음에도 귀천있나?”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가 무연고 시신을 생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한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시체해부법)’ 제 12조1항이 ‘자신의 시신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의원들이 헌재의 결정을 입법에 반영, 발의한 ‘시체해부법’ 개정안이 최근 논란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복지단체 ‘나눔과 나눔’, 노숙인인권 단체 홈리스공동행동 등 44개 단체로 구성된 ‘2015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최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30일 발의한 12조1항 개정안을 규탄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획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생전 무연고자가 사체 기증을 동의한 경우가 아닌, ‘반대의사가 없는 경우’를 기증의 요건으로 정함으로써 사실상 무연고 사체를 해부용으로 제공하도록 한 현행법률을 존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으로 인해 평소 유언장을 써놓지 않은 경우 언제든 사체가 연구ㆍ해부용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노숙인은 “재력가나 유명인이 사망하면 누가 감히 해부용으로 쓰겠냐”면서, “죽음에도 귀천이 있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앞서 이 의원 등은 헌재 위헌 결정 이후 해당 조항 본문에 ‘생전에 반대의사가 없는 경우에 한해 해부용 시체를 제공할 수 있도록’이라는 제한규정을 추가했다. ‘시체 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를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문제가 된 12조1항은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은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발생했을 때 지체없이 그 시체의 부패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의과대학의 장에게 통지해야 하며, 의과대학의 장이 의학의 교육 또는 연구를 위해 제공할 것을 요청할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 실제 시ㆍ군ㆍ구청 등에선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연고가 없거나 가족들이 인계를 거부하는 시신을 1개 이상의 의과대학에 통지해 요청이 있으면 해부용으로 보내온 바 있다.

이 의원 측은 “헌재 판결 취지에 부합하게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사체를 연구ㆍ교육용으로 쓰지 못하게, 또 동의가 있으면 시신을 해부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사실상 무연고 사체를 사용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의원 측은 “헌재가 12조 전체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면 시신을 해부용으로 쓰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이번에 위헌결정을 내린 게 12조 1항 뿐”이라며, “이로 인해 입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해 무연고자의 사체 기증 의사와 관계없이 시신이 처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이에 대해 “입법으로 간극을 메워야 하는 시급성은 있지만, 헌재 결정 취지는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라는 것”이라면서, “더욱이 이미 무연고 사체에 대한 조항을 담고 있는 12~15조를 삭제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만큼 이번 개정안 발의가 무의미하다”고 재차 반박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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