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이 회장이 재벌 총수의 사례처럼 집행유예를 선고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법원은 “재벌 총수라고 해도 조세포탈 등으로 법질서를 헤쳐선 안 된다”며 ‘기업범죄 엄벌’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이 회장의 실형 선고 소식에 CJ그룹은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장 오너 공백 장기화라는 벽 앞에 향후 경영 상황 악화 위기감마저 감돈다.
파기환송심 후 CJ그룹 측은 공식입장문을 통해 “(이 회장이) 수형생활이 불가능한 건강상태임에도 실형이 선고돼 막막하고 참담하다”며 “그룹도 경영차질 장기화에 따른 위기 상황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 길어진 결정권자 부재… M&A 동력 상실하나= CJ그룹은 지난 2013년 이후 오너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내왔다. 하지만 기업간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공백의 장기화는 그룹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이 회장의 구속 후 사실상 M&A 추진력을 상실한 CJ그룹의 사업 확장 동력은 이번 실형 선고로 더욱 제 힘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의 대형 M&A는 모습을 감췄다. 지난 2011년 대한통운을 인수한 게 마지막이다. 올해 CJ는 티몬과 대우로지스틱스,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팜한농의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본입찰에는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그룹의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기업들의 M&A전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신사업 확장을 통한 그룹 경쟁력 강화에 제동이 걸릴 경우 CJ그룹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우려다.
이 회장의 경영공백에도 그 동안 실적이 괜찮았던 계열사에게도 기존 사업의 내실 강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너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CJ가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오너 복귀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 회장의 복귀가 어려워지면 오너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인사 적체 장기화 우려 고조= 이 회장 구속 이후 CJ그룹의 인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룹 안팎에서는 만약 이 회장이 감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 받는다면 큰 폭의 인사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원인사를 통해 경영공백기를 지나온 사내 분위기를 수습하고, 이 회장의 복귀를 대비한 체제 정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실형으로 CJ그룹 내 인사적체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오너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인사를 단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사가 진행돼도 지난 2년 간 이 회장의 공백을 안정적으로 메워 온 현재의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소폭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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