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또다시 건강보험료가 오르면서 가입자들의 분통이 터지고 있다. 유례없는 흑자 행진으로 누적 적립금은 17조원에 달하지만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는 7년 연속 오르고 있어서다. 내는 돈이 많으면 혜택이 늘어나야 되는 게 인지상정. 그러나 내년부터 병원비나 약값에 대한 건보 지원은 줄고 본인 부담은 더 늘어난다. 서민들의 삶만 팍팍한 삶 위에 ‘안정적인 건보 재정’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무회의 의결로 내년 1월부터 건강보험료가 0.9% 인상된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은 현행 월소득의 6.07%에서 6.12%로 오른다. 9만4536원을 내던 월평균 건보료도 내년부터 9만5387원으로 늘어난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이 현행 178.0원에서 179.6원으로 오른다.
단순히 월 851원(직장가입자 기준)이 더 오른다고 보면 오산이다.
복지부는 2009년 동결 이후 ‘가랑비’처럼 7년 연속 건보료를 올리고 있다. 정부는 “2009년 동결 이후 최저수준”이라면서 성난 여론을 다독이지만 7년간 인상된 비율은 20%를 넘는다.
연도별 인상폭을 보면 2010년 4.9%에서 시작해 2011년 5.9%, 2012년 2.8%, 2013년 1.6%, 2014년 1.7% 2015년 1.35% 등으로 올랐다. 2010년 대비 20.6%가 인상됐다. 이미 ‘가랑비’에 옷이 흥건히 젖었다. 건보료가 정률제로 부과되는 만큼 실제로 직장인이 체감하는 건보료는 이보다 훨씬 크다. 임금인상에 따른 증가분까지 감안하면 금액으로는 그 이상일 수 있다.
그런데 건보 재정은 5년째 흑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 2조99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2011년 1조6000억원의 흑자로 돌아선 뒤 5년째 흑자 행진이다. 올해 건보 누적 적립금은 16조9779억원, 내년에는 17조3010억원에 달할 것으로 건보공단은 전망했다. 그럼에도 이번 건보료 인상 직전 정부는 10년 뒤 건보재정이 고갈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건보 재정 흑자의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9년 65%에서 2010년 63.6%, 2011년 63%, 2012년 62.5% 등으로 매년 줄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보장률(80%)에 역주행하고 있다.
내년에도 건보료는 더 내지만 보장은 줄어든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을 보면 비교적 가벼운 질병으로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면 약값을 더 내야 한다. 약값 본인 부담금이 현행 500원 정액제에서 3% 정률제로 바뀌기 때문이다.
16일 이상 장기 입원하는 환자의 경우 입원료를 지금보다 더 많이 내야 한다. 기존에는 입원기간에 상관없이 환자본인부담률이 20%로 동일했지만 내년 7월부터는 입원기간 16~30일은 25%, 31일 이상은 30%로 각각 오른다. 다만 장기 입원이 불가피한 질환 및 환자는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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