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한국 시중은행들이 운용하는 퇴직연금에도 비상이 걸렸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3분기만에 일제히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미국발(發) 불확실성이 우리 국민들의 노후 준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이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4개 시중은행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 적립금은 올 들어 1분기 15조9805억원, 2분기 16조6947억원에서 3분기 16조7896억원으로 불어났다.
12개 은행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 적립금 잔액도 3분기 32조2615원으로 작년보다 2846억원 늘어났다.
이처럼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눈에 띄게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확정기여형 비원리금보장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3분기 -1.59%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분기(1.2%)나 작년(2.85%)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전체 시중은행의 비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만이다. 당시 수익률은 -1.32%로 마이너스폭은 올해 더 커졌다.
또 확정기여형 적립금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리금보장상품의 경우에도 평균 수익률이 2분기 0.62%에서 3분기 0.58%로 하락했다.
이 같은 추세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에도 나타나고 있다.
확정급여형 비원리금보장상품 평균 수익률은 3분기 -1.74%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원리금보장상품 역시 0.59%로 작년(3.05%)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를 미국발 쇼크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압박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퇴직연금 투자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지난 4월 24일 2189.54를 기록하며 4년래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으나 하반기 들어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나타면서 1920선까지 밀려났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퇴직연금의 두 축인 주식과 채권이 모두 악재를 만났다. 주가가 떨어진데다 채권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면서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적으로 악재가 산적해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미국 금리인상으로 시장 분위기가 악화된 것이 결정적”이라면서 “금리인상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은행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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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기업이 매월 일정액의 연금을 금융기관에 맡겨 퇴직 후 연금 형태로 받는 제도.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노후대비 3총사’로 불린다. 당국은 2022년까지 퇴직연금 가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확정급여형은 퇴직 후 받는 급여액을 미리 확정하는 방식이며, 확정기여형은 금융사의 운용수익에 따라 퇴직 후 급여액이 달라지는 형태로 근로자에게 운용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