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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푸드] 패션푸드의 유통기한?…음식도 ‘사연’이 있어야 산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1980년~90년대 아이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음식은 ‘패스트푸드’였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티라미수’는 일본 전역을 휩쓸 정도로 붐을 일으켰던 디저트였다. 2000년대 후반에는 크레페, 팬케익, 마카롱 등 디저트 유행이 있었다. 이처럼 상시적으로 유행을 타는 음식문화를 일본 푸드저널리스트 하타나카 미오코(畑中三応子)는 “패션푸드”라고 일컫는다.

패스트푸드가 패션푸드에 왕좌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서 ‘식’(食)에도 ‘엣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디저트에 ‘작은 사치’ 바람이 불었던 것 처럼 “단순히 맛있다”가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2000년대 초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티라미수 [자료=요미우리(讀賣)신문]


2015년의 패션푸드는 무엇일까. “없다”고도, 혹은 “너무 많다”고도 말할 수 있다는 게 하타나카의 답이다. 일본 사회가 비슷한 생활양식을 추구한다지만 이들의 식문화는 패션만큼 다양하고도 양극화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일본 남성 전용 잡지는 라멘, 덮밥, 야끼니꾸 등 거친 매력이 있는 ‘마초 푸드’가 지면에 가득하지만, 일본 여성 전용 잡지는 유기농, 마크로비오틱(일본 뿌리채식), 클렌징 등 ‘슬로우 푸드’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성별뿐만이 아니다. 채식을 좋아하는 일본인 여성은 각종 유기농 식당을 섭렵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이지만 디저트를 좋아하는 일본인 여성은 하루에 한 번 이상 디저트를 찾는다. 하타나카는 “한가지 성향의 패션푸드가 섭렵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라며 “현 시대 전국민을 매료시킬 만한 음식이 자취를 감췄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밝혔다. 

클렌즈 시장의 부상과 함께 인기를 얻고 있는 클렌즈 수프 [자료=올가니카]


그렇다면 2015년에는 어떤 식문화가 발달했을까. 하타나카는 ‘소셜푸드’가 키워드라고 꼬집는다. 음식 본연의 맛이 아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대중 사이의 ‘이미지’를 중시하는 식문화가 발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맛집을 찾더라도 이색적이고 독특한 콘셉트의 가게나 요리를 찾는 것이 그 일례다. 같은 몽블랑을 먹더라도 좀 더 우아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몽블랑을, 같은 라멘이더라도 타인에게 독특하고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연이 담긴 라멘을 찾는다는 것이다. 연예인이 바나나 다이어트에 도전해 갑자기 바나나의 판매량이 급증하는 것, 맛집 블로거가 올린 독특한 도너츠 사진에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맛집을 찾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이 모두가 ‘소셜푸드 현상’이라는 것이다.

음식문화의 양극화와 소셜푸드의 부상은 비단 일본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웰빙을 지향하는 여성들은 유기농 식단을 고집한다. 연예인을 중심으로 클렌즈 주스를 마셔보고 이를 인증하는 바람이 불기도 했다. 반면, 어떤 이들은 명불허전 ‘치킨과 맥주(치맥)’을 외치며 술자리를 즐겼다. 미국 역시 버거 한 개당 ‘3000 칼로리’를 자랑하는 칼로리 폭탄 요리가 인기를 끄는 반면 맥도날드에서 ‘웰빙 메뉴’를 개편하고 식당에서 소금 및 설탕의 이용을 제한하는 등 웰빙 바람이 불고 있다.

맛보다는 ‘콘셉트’를 중시하는 성향도 두드러진다. 최근 한국 예능의 대세는 ‘요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요리 프로그램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같은 파스타더라도 다르게 요리하는 셰프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짬뽕이라도 맛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기 위해 유명 중국집을 돌아다니는 셰프를 보면서 이를 따라서 시식해보고 SNS에 올리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다.

하나의 요리가 시대를 풍미하는 시대는 지났다. 비슷한 요리더라도 이제는 ‘사연’이 있는 요리가 대세다. 하타나타는 “기존의 대량생산ㆍ대량소비 등 획일적인 식문화가 아닌 자신을 독특한 미식가로 만들어줄, 콘셉트가 있는 음식이 오늘날의 진정한 패션푸드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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