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와 교육계에 따르면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에 합류했던 서울 대경상고 김형도 교사가 자격논란에 휩싸이면서 집필진에서 자진 사퇴했다.
국편은 김 교사가 “자신이 집필진으로 공개된 것은 괜찮지만, 자신으로 인해 역사교과서 편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매우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지난달 7일 국정 역사교과서 대표 집필진으로 공개됐던 최 교수가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한지 33일만에 김 교사가 자진사퇴한 것이다.
앞서 김 교사는 지난 8일 학교 교원들에게 스스로 이번 국정교과서의 집필진이 됐다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기관지 ‘교육희망’에 따르면, 김 교사는 최근 이 학교 교원들에게 보낸 A4 용지 3장 분량의 집단 메시지에서 ‘(집필 관련) 1월부터 13개월간 역사교과서를 함께 쓰게 됐다. 저 말고도 46명과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필진이) 모이면 (국편이) 얼마나 비밀을 강조하는지 질릴 정도’라는 취지의 글을 보냈다.
그는 메시지 말미에 ‘さよなら’(사요나라)라고 일본어로 작별인사를 하기도 했다.
김 교사는 지난 9년 동안 상업 과목을 가르치다 올해부터 고교 1학년 4개 반을 대상으로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어 국정교과서 집필진으로서의 자격 논란이 불거졌다.
대경상고 홈페이지도 ‘교직원 소개’란에 김 교사의 담당 교과를 ‘상업’으로 적어놓았다.
국편에 따르면 김 교사는 교육대학원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하고 한국고대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었다.
국편은 “김 교사의 전공 경력을 감안해 교사 집필진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김 교사가 집필진에 들어가 있는지에 대해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국정교과서 집필진은 자진사퇴한 김형도 교사를 포함해 모두 47명으로 구성됐으며, 이 중 26명은 중학교 역사①·② 집필진, 21명은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진이다.
480개 역사교육단체 등이 모인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 방은희 사무국장은 “김 교사에게 사퇴하라고 요구한 시민단체가 한 군데도 없었는데 이름과 경력이 공개됐다고 사퇴한 것이냐?”면서 “비상식적인 ‘복면집필’ 때문에 ‘꼬리 자르기’식 사퇴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 확정고시 때 “집필부터 발행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장담한터라 집필진의 잇단 사퇴의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집필진이 공개되면 시민사회단체 등의 압박이 뒤따른다’는 교육부의 입장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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