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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흙수저'가 불리한 곳…로스쿨? 사시?

[헤럴드경제=허다인 인턴기자]로스쿨은 정말 ‘흙수저’가 가기 힘든 곳일까? 진학해도 사시생보다 여러모로 불리하다는 말은 과연 사실일까?

최근 법무부는 사법시험 폐지시기를 놓고 2021년까지 4년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2007년 ‘로스쿨법’ 통과 이후 사법시험 폐지는 예고된 사안이었다. 로스쿨 도입 취지는 국제화, 다원화 시대에 맞춰 변호사로서 필요한 실용적 능력을 배양하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로스쿨이 도입된 지 7년 째. 비싼 학비 탓에 ‘현대판 음서제’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저소득층을 제외한 로스쿨의 78%가 상위소득 1%에 속한다”며 “극단적인 양극화 사이에 중산층을 설 수 없다”고 했다. 소위 로스쿨엔 ‘금수저’ 출신 배경의 학생이 많다는 것. 그러나 로스쿨 측은 저소득층 학생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반박한다.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학자금 대출이 있는, 또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법전원 시스템이 취약계층에게 더 유리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로스쿨마다 등록금의 편차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한 학기당 약 770만 원 정도가 든다. 그런데 로스쿨에서 재학생 절반이상이 장학금을 받고 있어 실질 등록금은 450만 원으로 의학전문대학원과 비교했을 때 더 낮은 수준에 속한다.

또한 현재 로스쿨의 운영 수입 가운데 32.6%를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저소득층 학생 입장에서 교원 1인당 학생 6.3명, 교육비 투자율 300% 이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흙수저'는 로스쿨에 얼마나 존재할까? 서울대 법전원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가구의 연소득 2300만 원 이하인 학생이 전체 학생의 25%를 차지한다. JTBC의 조사 결과 대졸자 이상 아버지를 둔 로스쿨생은 67.5%, 사법연수원생은 62.9%로 5% 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사시생과 로스쿨생의 경제적 여건, 부모학력 등 배경이 비슷한 셈이다.

실제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는 한 매체의 보도를 요약해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한 학생들 가운데 315명이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 판∙검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4회 변호사시험에선 기초생활수급자 61명, 국가유공자·농어촌지역 출신자 4명, 장애인 10명이 경제ㆍ사회ㆍ신체적 배려자로 합격한 바 있다.

반면 사시 ‘흙수저’의 계층이동성이 높아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 사시에 합격한 학생의 경우 80% 이상은 상위 10대 대학 출신이고 75% 이상은 5대 대학 출신으로 밝혀졌다. 대부분 계층이동의 필요성이 적은 편에 속한다. 사시란 개천에서도 쉽사리 용이 날 수 없는 구조다. 

사법시험을 통해 변호사가 되기까지 시간과 비용, 합격률을 따져보면 6.8년 동안 평균 6333만 원 정도 든다. 그러면서도 합격률은 한 자릿수(2.94%)에 불과하다. 반면 로스쿨은 4.8년에 1억579만 원 정도 들지만 70%의 합격률을 보이고 있다.

로스쿨 비용이 더 많이 들어 보이지만 사시생은 고시원, 학원비에 학업기간이 2년가량 길어질 것까지 감안해야 한다. 아무리 사시라 해도 사회∙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흙수저'도 엄두 못 내는 실정이다. 단순히  ‘흙수저’에게 유리한 사시 제도, 불리한 로스쿨 제도가 아니다.

smylda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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