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강남구에 사는 A 씨는 지난 2006년 3억5000만원에 취득한 전용 84.59㎡ 연립주택 한채를 며느리 B 씨에게 2억8000만원에 팔았다.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이 끼어있으니 며느리가 실제로 지급한 돈은 1억 3000만원.
당초 어머니가 취득한 주택가격과 최근 구청에 신고된 실거래 가격에서 차익은 발생하지 않아 어머니가 부과해야할 양도세는 없었다. 며느리는 150만원 상당의 취득세만 내면 됐다.
강남구청은 A 씨의 사례를 매매를 위장한 증여로 의심하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A 씨가 며느리에게 이 주택을 증여방식으로 넘겼다면 내야할 증여세는 1600만원 수준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입금한 자료는 증빙이 되나, 며느리 돈의 출처가 증빙이 안돼 국세청에 의심사례로 통보했다”고 했다.
증여를 매매로 위장해 신고하는 것으로 의심돼 국세청에 통보되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를 위장한 증여가 발생하는 이유는 증여세 부담보다 매매로 부담하게 되는 양도세와 취득세가 더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증여를 매매거래로 위장한 것으로 의심돼 국세청에 통보된 건수’는 올해 1분기 137건, 2분기 110건으로 2014년 1분기(48건), 2분기(63건)보다 크게 늘었다. 2013년도부터 매 분기 20~70건에 불과했던 적발건수는 지난해 4분기(137건)부터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세무법인 지율의 주용필 세무사는 “지난해 초부터 증여거래가 늘어나면서 위반 의심되는 사례 역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증여세율의 경우 시가의 30%까지 낼 수 있지만, 양도(매매)로 거래할 경우 일반적으로 시가보다 낮게 책정되는 기준시가에 가격을 조금 높게 쓰는 등 거래가격을 조정해 양도세를 회피할 수 있다. 실거래가의 1.5% 수준의 취득세만 내면 된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증여를 매매로 위장한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따로 부과해야할 과태료는 없지만 국세청이 ‘증여세’를 다시 부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건축물 증여거래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증여거래가 늘면서 증여의 방식보다는 매매의 방식이 세금 부담이 적은 점을 악용하는 의심 사례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국토부 온나라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아파트 등의 건축물 증여거래는 총8만866건으로 직전해(6만5415건)보다 23.62% 늘어났다. 올해 1~2분기 증여거래는 2만1216건으로 2013년 같은 기간 1만7197건, 2014년 1만9465건보다 늘었다.
KB국민은행의 원종훈 세무사는 “가격 상승기에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는 증여시점을 늦출수록 내게될 세금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초부터 증여가 늘어난 배경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2분기 부동산 실거래 신고내역 조사를 통해 실거래가 허위신고 등 575건(1071명)을 적발하고, 42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신고 지연 및 미신고가 437건(794명)으로 가장 많았고, 실제 거래가격 보다 낮게 신고(다운계약)한 것이 41건(90명), 실제 거래가격 보다 높게 신고(업계약)한 것이 44건(86명)이었다.
계약일 등 가격외 허위신고 39건(78명), 거짓신고 조장ㆍ방조 8건(10명), 증명자료 미제출(거짓제출) 3건(7명), 중개업자에게 허위신고 요구 3건(6명)이었다.
▶증여→ 매매 위장의심 국세청 통보 건수(1~2분기 합)
2013년 2014년 2015년
99건 111건 247건
출처:국토교통부, 1~2분기 합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