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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손미정] 블프와 기다림
미국의 최대 쇼핑시즌인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가 막을 내렸다. 실제 매장에 가서 줄을 서는 이들은 줄었지만, 온라인으로 몰린 쇼핑객들 덕에 온라인 매출은 두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대대적인 세일 홍보와 발빠른 직구족들의 블프준비로 시끌벅적했던 지난 주, 미국 LA에 사는 중학교 동창이 최근 추수감사절 세일에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뉴스프로그램에 나와 친구들 사이에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남편과 함께 일찍이 매장 앞에서 돗자리를 펴놓고 오후 6시부터 진행되는 세일을 기다리다가 취재진의 인터뷰 대상이 된 것이다. 신기한 경험에 들떠있는 친구에게 기자가 물어본 것은 “이렇게까지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냐”는 것이었고, 친구의 답은 “예스(yes)”였다. 곧 채팅창은 300달러짜리 카메라를 100달러에 산 얘기, 겨울에 필요한 히터를 60% 싸게 구입했다는 등의 ‘득템’ 스토리로 가득찼다.

블프를 기다린 것은 비단 미국 현지의 친구만은 아니었다. 블프시즌을 맞은 각종 세일 소식에 우리나라 해외직구족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한 국내 배송대행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블프시즌의 국내 배송대행 건수는 전년대비 20% 이상 늘었다고 한다.

국가 간의 쇼핑장벽을 허문 것은 ‘똑똑해진 소비자’다. 경기는 어려워졌지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긴 배송기간, 주문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블프를 기다리는 이유는 기본 50~60%를 훌쩍 넘는 가격 덕이다. 지난 주말, 서울의 한 백화점 프라다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소비자들이 ‘진짜 할인’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대대적인 세일을 전면에 걸고 정작 반쪽짜리 행사라는 오명만 남겼던 코리안 세일에 실망한 소비자들은 정작 50% 세일을 내건 명품 할인행사에서는 긴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았다.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정부도, 유통업체들도 유독 분발했던 한해였다. 하지만 블프의 마력이 어디에서 생기는 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식 소비진작책 역시 대대적인 홍보나, 미끼상품이 아닌 ‘할인의 기본’에 충실하는 것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때가 아닐까 한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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