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경유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이 예상한대로 국내에서도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가 폴크스바겐 6개 차종 7대를 인증실험한 결과 ‘EA189 엔진’을 탑재한 차량에서 질소산화물(NOx)이 실제보다 적게 나오도록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임의설정된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환경부는 12만여대의 해당차량에 대한 리콜과 판매정지는 물론 141억원의 과징금도 부과했다. 여태 수입차에 대해 이렇게 강도높은 행정조치를 취한 적은 없다.
하지만 환경부의 조사 결과가 이렇게 늦어진 까닭은 이해하기 어렵다. 두 달 전 미국 정부가 내린 ‘배출가스 조작’ 결론과 다를 게 없고, 이미 폴크스바겐측에서도 인정한 내용이다. 수입차 업계와 각국의 대응 등 눈치를 살피느라 발표 시기를 조정한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우리 당국의 조치가 늦어지면 문제의 차량을 구매한 피해 소비자들의 보상도 지연되고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실제 폴크스바겐은 일찌감치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 미국에서는 해당 차량 소유자에게 1000달러 상당의 보상을 하기로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선 ‘이른 시일내 보상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하고 있다. 이런 태도가 당국의 조치가 늦어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차제에 수입차에 대한 상대적 차별 문제도 확실히 해소해야 한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3.9%였던 국내시장 점유율은 올해는 10월 현재 15.%로 늘어났다. 지나가는 차 6,7대 중 1대가 수입차인 셈이다. 그러나 수입차는 여전히 국내차에 비해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배기량에 따라 부과되는 자동차세 체계가 대표적 예다. 2000cc 승용차의 경우 현대 쏘나타 보다 가격이 3배나 비싼 수입차가 똑 같이 연간 40만원의 세금을 내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비관세 장벽이란 외부 반발이 있겠지만 자동차세제 개편이란 틀에서 정교하게 검토돼야 할 문제다.
터무니없는 수리비도 확 끌어내려야 한다. 사소한 접촉사고만 나도 엄청난 수리와 대여차 비용 때문에 자동차 보험 재정이 휘청댈 정도다. 수입차는 전체 보험료의 11%를 부담하고 21%를 타 간다. 결국 일반차량 운전자들이 바가지를 쓰는 셈이다. 최근 정부가 지나친 수리비를 요구하는 수입차의 자동차보험 관련제도 수술에 나섰지만 실제 적용이 될지는 의문이다. 올해 초 수입차 대체부품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수입차 업체들의 비협조로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수입차가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되지만 특혜의 대상이 돼서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