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는 이자를 갚지 못해 다시 빚을 내 이자를 갚는 중국판 ‘좀비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베이징 소재한 중국내 채권전문기관인 화촹증권의 조사자료를 인용, 올 들어 이자를 갚기 위한 대출과 회사채 발행, 그림자금융 등이 전년동기 대비 5% 늘어난 7조6000억 위안(1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25년래 최악의 성장부진을 맞이하면서 영업이익 창출력이 저하되면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난 탓이다. 중국이 기준금리를 내려 이자부담을 낮추려 애를 썼지만, 영업부진의 골이 워낙 깊어 이자율 하락에도 빚 부담이 줄지 않고 있다.
2014년 단 한 곳에 그쳤던 위안화 채권 부도 기업 수도 올 해는 벌써 6곳에 달한다.
베이징 소재 중국 2대 증권사인 핑안증권 시 레이 연구원은 “투자에서 나오는 수익이 급감하면서 일부 기업들이 빚을 내 이자를 갚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면서 “좀비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중국 샨쉬시멘트가 부도를 냈고, 국영 철강회사인 시노스틸도 채무상환 유예로 간신히 시간을 번 상태다.
블룸버그통계를 보면 상하이와 선전 증시 상장사 가운데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부채 대비 보유현금이 부족하거나, 순손실이 나거나, 매출이 줄어드는 기업의 숫자는 200여 곳에 달한다. 지난 해 115곳 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그 결과 시가총액 대비 부채비율도 141%로 3년래 최고수준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최근 “은행들은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거나, 대출을 중단하지 말라”면서 “정부가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코메르츠방크 싱가폴법인의 저우하오 연구원은 “중국 금융시장에서 더 많은 채무불이행과 악성대출의 증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9월까지 중국 제조업 이익은 4개월째 하락 중이며, 생산자물가는 44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6.9%로 1990년 이후 최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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