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폴란드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1)의 마음가짐이 담긴 한마디였다.
조성진은 처음에는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것조차 실감하지 못하다 엄청나게 많은 이메일이 온 것을 보고 유명해진 것을 깨달았다며,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음악이라는 뜻을 18일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날 일본 도쿄도(東京都) 소재 주일본 폴란드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회 당일에 관해서 조성진은 “매우 긴장해서 내가 어떻게 연주했는지 기억하지 못했고 나도 나중에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으로 어떻게 했는지 확인해야 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조성진은 본선 2차에서 소나타(‘소나타 op.35’)를 골랐는데 소나타를 고른 참가자가 혼자라서 자신을 포함해 모든 이들이 놀랐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로 ‘조성진 열풍’을 일으킨 그는 꽤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에서 프랑스 피아니스트 필리프 앙트르몽이 자신에게 최저점인 1점을 준 것과 관련해 “모든 사람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족 가운데 음악인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음악으로 쾌거를 이룬 탓인지 음악을 공부하는 다른 이들에게 조언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조성진은 “10년 후에는 내가 뭐라고 충고를 해줄 수 있겠지만 나도 아직 불안정한 상황이라서 감히 충고나 조언을 하기에는 이르다”고 반응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한 일본인 기자가 일본 음악인이 한국이나 중국 음악인을 따라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고 질문했으나 조성진은 자신이 일본 음악가에게 무슨 얘기를 할 수는 없다며 “일본에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아주 많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는 쇼팽이라는 작곡가에 대해 원래 특별한 느낌을 지닌 것은 아니었지만, 대회에서 우승하고 자신의 인생이 바뀐 것 같다며 “음악 활동을 하면서 평생 공부하고 연주해야 할 작곡가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성진은 도쿄에서 이달 20·21일 NHK 교향악단과 합동 공연을 하고 23일에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 리사이틀에 나선다. NHK와의 합동 공연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프레데릭 쇼팽 협회 측은 이처럼 콩쿠르 우승자가 참여하는 일본 공연을 사전에 기획해 놓았다.
따라서 조성진이 조국에서 팬들을 만날 기회는 내년 2월에나 마련된 전망이다.
조성진은 “2월까지는 다른 일정이 잡혀 있어서 그전에는 한국에서 연주가 없는데 많이 응원해 준 것이 정말 큰 힘이 됐다”며 “감사드리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2월 한국에서 쇼팽의 곡만으로 구성된 갈라 콘서트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쇼팽 콩쿠르 심사위원 중 한 명이던 피아니스트 에비 아키코(海老彰子)도 참석해 “섬세하고 재능이 풍부한 조성진을 다 같이 응원하며 대(大) 피아니스트의 길을 가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조성진이 올해 4월 예비 심사 때부터 이미 모두에게 훌륭한 피아니스트라는 인상을 심었다며 우승이 발표되고 나서 다시 연주하는 것을 듣고 “우리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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