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매매가 최근 바쁘게 이뤄지고 있다.
17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과 중개업계에 따르면, 이달초 목동 신시가지 8단지 전용면적 54㎡(20층)는 4억7400만원에 거래됐다. 올 3월말 거래된 같은 면적, 같은 층의 매매가와 비교해 3000만원 올랐다. 급매로 나온 7단지 전용 66㎡ 로열층(15층)도 5억8000만원에 계약서가 작성됐다.
목동 부동산시장이 서서히 녹고 있다. 이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7월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내놓은 뒤로 얼어붙었던 거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나온 급매물들이 1순위로 팔려나가지만 시세보다 비싼 매물도 간간이 거래된다는 말이 들린다.
이렇게 된 것은 목동 재건축이 시장에서 다시 거론되기 시작하면서다. 지난 11일 양천구청은 목동과 신정동의 14개 신시가지 단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용역을 발주한다고 발표했다. 구청은 다음달부터 연구용역을 시작해 2018년 6월까지 마친다는 시간표도 제시했다.
같은 날 지역구 국회의원은 목동 재건축을 주제로 주민 토론회를 열었다. 연사로 나선 전문가들이 아파트 재건축에 관한 일반적인 이론과 목동의 예상 개발 방향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수백명의 목동 주민들이 참석했다.
H공인 관계자는 “한동안 잠잠했던 재건축 이슈가 터지면서 단지마다 대지지분이 얼마나 되는지, 무상지분은 얼마나 기대할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며칠새 20% 정도 늘었다”고 귀띔했다.
최근 거래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만 투자수요가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건 아니다. 목동 5ㆍ6단지 기준, 전용 95㎡의 최근 거래된 가격대는 9억5000만~10억원, 1~3단지는 거래가 수준이 이보다 2000만원 가량 적다. 최근 거래가격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10월말 기준 목동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과 견줘 8.01%(한국감정원) 올라 양천구 평균을 웃돌았다.
각종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14개 목동 단지 가운데 유망한 곳을 추천해달라”, “목동에서 발생할 이주자들이 어디로 많이 몰리겠냐”는 내용의 글과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목동의 미래가치를 두고 네티즌들끼리 설전을 벌이는 모습도 목격된다.
하지만 이제 겨우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에 들어가는 만큼, 수익성과 투자성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계획대로 2018년 6월께 용역을 마치더라도 추진주체가 생기려면 1~2년은 더 필요하고 결국 2020년 이후에나 본격적인 사업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목동 3단지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토론회를 다녀왔는데 이미 알려진 내용이나 일반론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구청의 발표나 국회의원의 토론회가 결국 바람만 잡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신정동 B공인 관계자는 “이쪽으로 이사오는 사람들이 70% 이상이 교육 때문이고, 그 가운데 절반 정도는 집을 직접 사기도 한다”며 “자녀들 교육이 우선이기 때문에 재건축 동의를 받는 일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조은상 책임연구원은 “한 단지라도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이 나오면 집값이 자극받을 것이고 그러면서 수요도 꾸준히 들어올 것”이라며 “다만 전체적인 추진 과정은 중장기적으로 두고봐야하기 때문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정책이나 시장 상황의 걸림돌을 무시해선 안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