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를 강타한 동시다발 테러는 서구 문화에서 불길한 날로 여기는 ‘13일의 금요일’에 터졌다.

서양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날이 금요일이고, 전날 최후의 만찬에 참석한 사람이 13명이었다는 이유로 이 두 개가 합쳐진 ‘13일의 금요일’을 가장 불길한 날로 여기는 미신이 있다.

여기서 출발한 ‘13일의 금요일 공포증’(paraskevidekatriaphobia)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졌고, 1980년 이후 ‘13일의 금요일’을 제목으로 한 공포 영화 시리즈가 꾸준히 만들어졌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테러를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13일의 금요일’에 맞춰 주말 휴일을 앞두고 많은 약속과 함께 긴장이 풀어진 금요일 밤을 노렸다.

유럽의 한복판인 파리 도심에서 ‘13일의 금요일’에 맞춘 동시다발 테러로 서구국가 국민의 공포감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13일의 금요일’은 2월과 3월, 그리고 11월 3번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IS는 ‘거사일’로 정한 11월 13일에 또 다른 정치적 의미를 두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년 전인 2012년 11월 13일은 프랑스가 IS와 적대 관계인 시리아 반군 계열의 반정부조직 시리아국민연합(SNC)을 시리아의 합법 정부로 인정한 날이었다.

장진링(張金嶺) 중국 사회과학원 유럽연구소 부연구원은 당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서방국가 중 처음으로 SNC를 시리아를 대표하는 과도 정부로 공식 인정한 것과 이번 테러 날짜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장 부연구원은 15일 홍콩 봉황망과 인터뷰에서 IS가 프랑스의 시리아 반군 지원정책과 이라크 등 중동 개입 정책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11월 13일을 ‘테러 거사일’로 정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울러 이번 공격은 이달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할 예정인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는 195개국이 참여하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협약을 체결토록 하기 위해 올랑드 대통령의 사전 중국 방문 등 외교활동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IS는 이번 테러 공격으로 거대 국제행사를 앞둔 프랑스의 안보 역량과 테러 경비태세에 대한 의문이 일도록 하는 효과를 낳았다. 올랑드 대통령은 15일 터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파리 테러에도 기후변화협약 총회를 열기로 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예정대로 총회에 참석하겠다고 밝히는 등 총회 일정에 별다른 변화는 없는 상태다.

장 부연구원은 그러나 “이번 총회에 예정대로 195개국의 공식 대표단이 모두 참석할 수 있을지, 프랑스가 이번 총회에서 새로운 성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 불투명한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테러로 프랑스가 비(非) 전통적 방식의 안보위협에 대처하는 역량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테러를 계기로 프랑스 내 민족주의 및 우경화 추세가 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