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필의 현재 체중은 95㎏이다. 두 달전 108㎏에서 무려 13㎏을 감량했다. 은퇴전 상대인 ‘마왕’ 김종왕(41ㆍ㈜대영/해림) 또한 120㎏ 안팎의 체중을 자랑하는 까닭에 따로 계약체중을 두진 않았지만, 훈련에 매진하다보니 저절로 체중이 빠진 것이다.
이효필 ‘더 라스트’. 그의 은퇴전이 12월21일 치러진다. |
이효필은 13일 “12년 전 박종팔과 싸웠을 때 체중이 지금과 같은 95㎏다.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며 “요즘 몸 상태 같으면 현역 생활을 더 해도 되겠다고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이효필은 지난 2003년 7월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죽마고우였던 프로복싱 세계챔프 출신 박종팔과 입식격투기 룰로 싸워 승리했다.
이 당시 이효필이 생고무 바닥의 운동화를 신은 채 로킥 연타로 박종팔을 공격했던 점은 논란이 됐었다. 맨발로 차는 것보다 위력이 배가된다며 반칙 시비가 불거졌던 것도 사실이다.
12년전 박종팔과 입식격투기 대결모습. |
그러나 이효필은 이번 은퇴전에도 신발을 신고 경기할 예정이다. “김종왕 선수하고는 서로 합의가 됐습니다. 링 위에서 미끄러질 우려도 적고, 둘 다 신발을 신고 링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이효필을 기인이라고 하는 데는 몇가지 사연이 있다. 환갑을 앞둔 나이에도 현역을 고집해온 점이나 아직도 하루 6㎞ 로드워크를 가뿐히 해내고 100m를 14초 내에 주파하는 피지컬도 그렇지만, 가끔씩 ‘미쳤다’고 생각될 기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가 연례 행사처럼 치른다는 두 가지 기행을 소개해 본다.
여름엔 ‘모기 지옥’ 이벤트를 벌인다. 올 여름엔 양수리에서였다. 호숫가에서 저녁 7시쯤 자리를 잡고 새벽 2시가 넘도록 한 곳에 좌선하고 앉는다. 그 사이 수천마리의 모기가 반바지와 러닝셔츠차림인 그의 몸에 들러붙는다. 이를 털어내지 않고 그대로 둔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프고 가렵지만 끝까지 참습니다. 새벽 3시쯤이 되면 모기들이 더 물질 않더라고요. 그러고나면 ‘해냈다’는 희열이 밀려오는데 해보지 않으면 모를 겁니다.”
겨울엔 12월31일 신년전일마다 꽁꽁 언 계곡을 찾는다. 지난 해 겨울엔 홍천이었다. 얼음을 깨고 들어가 앉으면 온몸을 바늘로 쑤시는 듯한 통증과 심장이 멎을 듯한 한기가 엄습한다. “30초를 넘기기가 쉽지 않습디다. 보기는 쉬워 보이는데 나도 1분은 못 버틸 것 같아요.”
그의 은퇴전이 열리는 대회 ‘더 라스트(The Last)’에는 ‘58년 개띠’ 동갑내기인 탤런트 이동준 씨의 시범 경기가 열린다.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를 3연패 했던 이 씨는 친구 이효필의 은퇴전을 빛내주겠다며 흔쾌히 출전을 결심했다.
이동준 씨는 이효필에게 “친구야, 우리는 세월이 흘러도 절대로 후배들한테 지지 말고 열심히 살자”고 격려도 해줬다.
이효필은 후련하게 파이터 인생을 마무리하고 새 인생을 시작하는 것만 바란다고 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지요. 저도 열심히 해왔지만, 후배 김종왕 선수도 열심히 준비해 왔다고 합니다. 경기 당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관중들에게 큰 박수를 받고 싶습니다.”
이효필의 은퇴전과 이동준 씨의 시범경기가 치러지는 격투기대회 ‘더 라스트’는 이 밖에 남성 종합격투기와 입식격투기, 여성 입식격투기 각 1개 경기씩을 포함해 총 5개 경기로 구성된다. 스포츠전문채널 KBS N 스포츠에서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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