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여사가 25년만에 치러진 미얀마 자유 총선거에서 자신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둔 것으로 확인된 9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외부에 한 말이다.
미국 백악관 역시 이 날 정례브리핑에서 선거 결과와 영향에 대해 “너무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201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비의 비중. [세계은행, WSJ] |
이날 분명 NLD는 압승을 거뒀다. 중순께 발표될 공식 개표 결과에서 군부 의석(연방 의석의 25% 할당)을 제외한 상ㆍ하원 491석 가운데 67%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당인 USDP도 지난 1990년 총선 불복과 달리 이번엔 패배를 인정했다.
수치 여사와 미국의 걱정은 총선 이후에도 갈 길이 멀어서다.
당장 내년 2월 대통령 선거다. 미얀마 대통령은 상원(민족의회),하원(국민의회), 군부 의회가 각 1명씩 부통령 후보를 내고, 상하원 합동 표결로 3인의 부통령 중 대통령을 뽑는다. 민족ㆍ국민 의회 67% 이상을 차지한 NLD 측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수치 여사는 대통령 후보 제한 헌법조항인 ‘외국인 배우자를 뒀거나, 외국 국적 자녀를 둔 경우’에 해당된다. 1999년 사망한 수치 여사 남편은 영국인이고, 아들 둘도 영국 시민권자다.
수치 여사는 지난 5일 NLD가 선거에서 승리하면 “나는 대통령 위에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NLD에서 대통령이 나와도 그 위에는 수치 여사가 있다. 기형적이다.
미얀마 연간 군비 추이 (단위: 조차트, 1조차트=8855억원) 회계연도 기준(매해 4월1일 시작). [자료: WSJ] |
더 큰 장애는 군부다. 군부는 2008년 신헌법을 선포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일단 군통수권이 대통령이 아닌 군 총사령관에 있다. 군 총사령관은 대통령이 국방안보위원회(NDSC)의 승인을 얻어 임명하는데, NSDC 11인 중 5인이 군부 인사다. 게다가 대통령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3명의 장관직 임명권도 군부가 갖는다.
결국 수치 여사가 안정적으로 집권하려면 군부와 손을 잡거나 헌법을 고쳐야 한다.
군부와 손을 잡고서는 제대로 된 민주정을 펼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군부의 힘을 약화시키는 개헌시도는 또 한차례 군 쿠데타를 불러올 수도 있다.
수치 여사 가택 연금, 신헌법 등을 주도한 탄 슈웨 전 국가평화발전위원회 의장은 2011년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그동안 사실상 대통령을 결정하는 등 여전히 막후 실권자로 행사하고 있다.
설령 수치 여사가 헌법 개정에 성공한다고 해도 다음 선거는 75세가 되는 2020년이다. 아들을 내세우려해도 또다시 국적 문제와 세습 시비가 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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