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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말리는 퍼트귀신’ 김혜윤, 4년만에 우승컵 안고 눈물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들어가거나 붙겠지.’

그의 퍼트는 보는 이들을 안도하게 만든다. 티박스에서 ‘전무후무한’ 스텝 스윙으로 드라이버를 날리는 김혜윤은 그린이 가까워지면 표정이 편안해진다.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퍼트퀸’이자 ‘스텝골퍼’ 김혜윤(26ㆍBC카드)이 마지막날 신들린 숏게임을 앞세워 제8회 서울경제 문영퀸즈파크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자신의 통산 5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김혜윤은 지난 1일 거제 드비치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3라운드에서 선두에 5타 뒤진 8위로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보기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며 8언더파를 몰아쳐 최종합계 6언더파로 극적인 역전우승을 일궈냈다.

이날 김혜윤의 경기는 ‘숏게임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4번홀에서는 그린 사이드에서 칩샷으로 볼을 홀컵에 떨궜다. 퍼터를 꺼낼 일도 없었다. 잇달아 칩샷을 집어넣자 같은 조에서 경기하던 경쟁자들조차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어떻게 저게 또 들어가”라는 표정이었다.

자신감이 가득한 김혜윤은 이후 장기인 퍼트로 선두를 향해 내달렸다.

7,8번홀 연속 보디를 잡아낸 김혜윤은 17번홀 버디를 추가한 뒤 18번홀(파5)에서는 3번째 샷으로 깃대를 맞춰 탭인 버디로 대미를 장식했다. 뒤에서 플레이하던 조윤지와 끝까지 경쟁을 펼쳤지만 김혜윤의 기세가 좀 더 강했다.

김혜윤의 골프는 ‘장타자가 아닌’ 선수들과 아마추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238야드 남짓으로 중위권 정도에 불과한 김혜윤은 중고교 시절부터 짧은 비거리때문에 고민을 많이했다. 이때문에 체중이동을 극대화해 힘을 더 싣기 위해 스텝스윙으로 티샷을 하기 시작했다. ‘생존을 위한 변화’였던 셈이다. 웬만한 사람은 따라하기도 힘든 자세지만, 김혜윤은 이 스윙으로 비거리를 조금 더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장타자들이 갖지못한 퍼트감각은 김혜윤의 무기다.

김혜윤은 2010, 2011 2년 연속 평균 퍼트 1위에 올랐다. 2008년이후에는 7년 연속 톱10을 지킨 퍼트퀸이다. 긴 거리나, 까다로운 라이도 김혜윤의 눈에는 굴곡이 다 보이는 듯 하다. 해설가들도 ‘김혜윤이니까…’라며 롱퍼트의 위기도 한번에 넣거나 파로 세이브 할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정글같은 KLPGA에서 4년가까운 공백을 딛고 우승컵을 들어올린 김혜윤. 김혜윤은 우승 뒤 “(공백이 길어지면서) 다시 우승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올해 우승과 상금 톱10이 목표였는데 이루게 돼 기쁘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유달리 어린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는 KLPGA투어에서 올시즌 20대중반을 넘긴 선수가 우승한 것은 김보경(29)에 이어 김혜윤이 두번째다.

20대 초반 반짝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아니라 자신만의 골프를 앞세워 살아남은 김혜윤은 그래서 ‘희귀’하고 반갑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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