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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 ‘가공육 발암’ 후폭풍]고기 없인 못살아…전문가들 “적정량 섭취가 중요”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햄ㆍ소시지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해 관련 제품 매출이 급감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물론 WHO까지도 고기를 완전히 끊는 것이 아닌, 적정량 섭취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상석 식품안전연구원 원장(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은 “발암물질 1군에는 햇빛도 들어있는데, 햇빛은 많이 쬐면 피부암 등의 발암 위험성이 있지만 비타민D를 형성하고 세로토닌을 생산하거나 여러 질병을 예방하는 이익도 준다”며 “가공육도 발암 위험성이 있으나 사람에게 단백질을 공급하고 조리상 편의성이 높으며, 장기보관이나 수송을 가능하게 해 무역활동과 굶주리는 이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이점도 함께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오 원장은 또 현대인들은 수많은 발암물질에 노출돼 있으며 이를 완전히 피할 수 없는 환경에 살고 있기 때문에, 설사 접촉하더라도 발암 위험이 없는 수준의 적정량과 안전한 조리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 식생활에서 고기와 가공육을 식단의 하나로 유지한다면, 대장암 예방을 위해 적합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적정 칼로리를 섭취하며 알맞는 양의 육류와 채소, 과일류, 통곡류 등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백형희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역시 지난달 29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주최로 서울 라마다 호텔&스위트 남대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가공육이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됐다고 가공육 섭취가 흡연, 석면과 동등하게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수준의 가공육 섭취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육류 섭취가 심장병, 당뇨 등 다른 질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WHO의 분류는 가공육이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의미지, 위해의 정도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이어 “육류 섭취는 건강에 이로우며 균형 잡힌 식습관이 중요하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번 논란을 부른 WHO 역시 고기 섭취를 전적으로 중단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WHO는 국제암연구소(IARC)의 보고서는 단지 암 유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공육을 적당히 섭취해야 한다는 2002년 식품영양 권장사항을 확인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WHO는 “최근 IARC의 발표는 사람들에게 가공육 섭취를 중단하라고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가공육 섭취량 조절이 대장암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육가공협회도 독성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파라셀수스의 “독성 없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약과 독은 단지 용량 차이일 뿐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비슷한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육가공협회는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육가공품 소비량은 4.4kg 수준에 불과해, WHO의 발표처럼 매일 50g을 섭취할 경우 연간 섭취량인 18.3kg의 24%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가공육의 섭취량과 조리법 등 실태조사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편 이번 논란을 부른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앞서 800여 건에 달하는 방대한 문헌연구 분석을 근거로 소시지, 햄, 베이컨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1군 발암물질에는 담배, 술, 석면, 비소 등이 들어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사람이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8%로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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