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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푸드]못생겼다고 비웃지 마라…10월말의 명약 ‘모과’
-‘비타민C의 왕’ 모과, 입덧ㆍ관절통에 매우 좋아
-설사 막아주고 설사뒤 오는 갈증 가라앉게 해줘
-차와 술 담그기는 물론 향기좋아 탈취제로도 굿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쿵쾅, 쾅…. 새벽녘 천둥까지야 아니지만 깊은 잠을 깨울만큼의 굉음이 천장에서 났다. 잠은 잠시 달아났다. 웬지 무서웠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일때, 초가집에서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량되면서 꼭두새벽 굉음은 시작됐다. 집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모과나무가 있었는데, 익은 모과가 슬레이트 지붕으로 연거푸 떨어지며 이렇게 요란한 소리를 냈다. 아침 일찍 지붕에 올라가 모과를 쓸어담곤 했다. 1960년대말의 풍경이다.

기자의 얘기는 아니다. 기자의 나이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큰 오빠는 자주 모과를 볼때마다 이런 과거를 떠올리곤 한다. 큰 오빠는 요즘같은 10월말이면 더욱 모과 향수에 빠지곤 한다. 모과에 엄청난 추억이 담겼나보다.

모과는 사실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동네에 널려있는 모과나무에 눈길을 제대로 주는 이는 거의 없었다.

[사진제공=123RF]

아마 못생겨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사과나 배 등 과일이 농가에 도움을 준답시고 거드름을 피울때, 모과는 천덕꾸러기처럼 그래서 늘 한쪽에 비켜 서 있었을게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이 있다. 울퉁불퉁 못생긴 모과는 생긴 것도 투박한데다 매력적인 빛깔에 비해 맛이 시고 떫다. 그렇지만 모과는 더이상 천덕꾸러기는 아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웰빙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모과의 매력은 재조명됐다. 모과 마니아는 점점 늘고 있다.

실제 모과는 향과 영양이 풍부해 건강에 아주 좋다.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감기 예방과 피로 회복을 위해 곁에 두고 먹어야 하는 식품이다. 10월말이면 서서히 땅으로 떨어지는 모과는 제법 세월의 효능을 간직한 것이기도 하다.

모과는 다방면으로 쓸모가 있다. 모과는 모과차나 모과주로 먹으면 좋고, 향기가 좋아 탈취제로 써도 좋다. 한바구니 모과를 담아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하면, 아침에 머리가 깔끔하게 맑아진다.

특히 모과는 감기예방 효과는 물론 관절통이나 근육통, 혈액순환 개선 등에도 효과적이어서 중년 이후에 먹으면 더 좋은 음식이기도 하다. 지금 제철을 맞은 모과. 제대로 알고 즐기는 법은 따로 있다.

[사진제공=123RF]

▶‘비타민C의 왕’ 모과…소화ㆍ가래ㆍ설사에 좋다

모과는 칼슘, 칼륨, 철분 등의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소량의 단백질이 들어 있고, 사과산을 포함한 유기산이 함유돼 있어 신맛을 내기도 한다. 떫은 맛을 나타내는 탄닌 성분도 함유하고 있다.

특히 모과에는 레몬 보다 더 많은 비타민C가 함유돼 있다. 비타민C는 항산화 기능으로 노화를 늦춰주고, 피로해소에도 좋다. 모과 속 풍부한 탄닌과 비타민C는 피부미용과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동의보감’에 모과는 ‘구토와 설사를 다스리고, 소화를 도와주는 과일’로 나와 있다. 모과의 신맛을 내는 유기산 성분이 음식물의 소화를 돕고 떫은 맛의 성분인 탄닌 성분이 피부를 오므라들게 하는 작용이 있어 설사를 막아주고 설사 뒤에 오는 갈증을 가라앉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뿐만 아니라 모과가 가진 다양한 유기산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므로 소화 효소의 분비를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숙취를 해소해준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설사가 잦은 사람이 먹으면 속이 편안해지기도 한다.

‘본초강목’에는 속이 울렁거릴 때 모과를 먹으면 속이 가라앉고, 구워 먹으면 설사에 잘 듣고, 기름에 적셔 머리를 빗으면 백발을 고쳐준다고 나와 있다. 모과는 ‘가래를 멎게 해주며 주독을 풀어준다’고도 기록돼 있다.

폐를 도와 가래를 삭여 주고 기침을 멎게 하므로, 체력이 약해 쉽게 피곤하고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에게 좋다. 또 비장과 위장을 편안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구토가 그치지 않거나 설사가 그치지 않을 때 좋으며, 이질이 심할 때도 효과가 있다. 식중독으로 배가 뒤틀리듯이 아프고 토하며 설사가 나올 때 모과를 달여 먹으면 좋다.

[사진제공=123RF]

입덧 완화ㆍ관절통에도 효과적…활용법도 다양

모과는 원산지가 중국이다. 모과는 과실의 모양과 맛은 없지만 줄기가 특이하게 자라고 껍질이 매년 벗겨져 매끄러워 분재용으로 많이 이용될 뿐만 아니라 정원수로 예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오던 나무다. 내한성이 강해 사과나 배가 재배되는 곳이면 어느 곳에서나 재배가 가능하다. 건조한 토양에서 잘 자라지 않으며 사질토양에서 잘 자란다. 모과는 독특한 향기때문에 방안이나 자동차 안에 두어 향기를 느끼는 것으로 이용하지만 약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특히 모과에는 입덧의 원인인 위장 장애를 완화시키는 성분이 함유돼 있어 입덧을 완화시키는데도 효과적이다. 뿐만 아니라 근육에 경련이나 쥐가 났을 때 혹은 관절통이나 신경통이 있을 때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무릎이 시큰거리고 다리가 붓고 아픈 경우에도 좋고, 허리와 무릎에 힘이 없거나 팔다리가 저린 경우에도 좋다. 모과를 중년 이후에 먹으면 더 보약인 이유다.

하지만 모과는 과육이 제법 딱딱하고 시고 떫은 맛 때문에 생으로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신 모과차나 모과청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모과차는 모과를 얇게 썰어 말린 후 생강과 함께 넣고 끓이는 것으로 향이 뛰어나 감기예방에 좋다. 모과청은 모과의 씨앗을 파낸 후 꿀이나 설탕과 1:1의 비율로 재워 만들 수 있다.

이 밖에도 모과는 활용법이 다양하다. 모과숙, 모과정과, 모과죽, 모과편 등으로도 가공해 먹을 수 있다.

모과숙은 껍질을 벗긴 모과를 푹 삶아 끓인 물에 담가서 삭인 음식이다. 모과정과는 모과를 삶아서 으깨어 받쳐서 꿀과 물을 친 다음 되직하게 끓여낸 것이며, 모과죽은 모과를 말려서 가루로 하고 좁쌀이나 찹쌀 뜨물에 쑤어서 생강즙을 섞은 죽을 말한다. 또 모과편은 모과를 푹 쪄서 껍질을 벗기고 속을 뺀 다음 가루로 만들어서 녹말을 섞고 꿀을 쳐서 끓여 만든 떡이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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