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의 과도한 ‘딴죽걸기’에 오는 23∼25일 2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동행하는 두 번째 방북 기자단은 아예 ‘빈 노트북’을 들고 가게 됐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산가족 상봉 2차 행사 취재 기자단은 이날 북측이 1차 행사를 취재했던 첫 번째 기자단의 노트북 내부 파일을 일일이 열어보는 등 간섭이 지나치자 개인 노트북 대신 현대아산이 제공하는 ‘빈 노트북’을 가져가기로 했다.
상봉 행사 첫날인 20일 북한은 북측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남측 기자단 노트북 전수 검사를 실시했다.
애초 북측은 노트북을 아예 걷어서 검사한 뒤 오후에 숙소로 가져다주겠다고 통보했으나, 기자단의 반발로 현장에서 검사가 진행됐다.
북측 세관 직원은 기자단 29명의 노트북 파일을 일일이 열어 봤다. 노트북의 암호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북측의 지나친 간섭에 기자단이 항의했으나, 북측 직원이 발끈해 “법과 원칙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치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기자단의 잇단 항의에도 북측은 끝끝내 노트북 전수 검열을 고집했고, 이 때문에 행사 일정이 약간 지체됐다.
북측은 기자단이 행사 영상을 담아 남측으로 보내는 행낭(주머니)에 대해서도 내용물 확인을 요구해 반발을 샀다.
남측 기자단은 언론 통제가 심한 북한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처사는 ‘언론 자유 침해’에 해당하는 지나친 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헤어졌던 가족이 반세기만에 만나는 인도주의적 행사에서까지 북측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 없이 남측 기자단을 대상으로 ‘도를 지나친 검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북측의 이러한 태도에 우리 정부 당국은 ‘무능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는 검열을 강요하는 북측과 남측 기자단 사이의 갈등에도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해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전반에 걸쳐 북측에 주도권을 빼앗긴 채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 측은 기자단 대상 노트북 전수조사와 행낭 내용물 확인 요구 등으로 상봉행사 일정이 일부 지연된 것에 대해 북측에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고 행사의 원만한 진행에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북측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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