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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루이비통, 펜디, 미쏘니…명품 패션家 딸들의 고군분투 ‘이 상속녀가 사는 법’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민상식 기자ㆍ홍예지 인턴기자] ‘상속녀’라고 하면 ‘부잣집에서 태어나 큰 걱정 없이 돈쓰며 사는 여성‘을 떠올리기 쉽다. 여권이 신장되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형적인’ 타입의 상속녀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유독 상속녀들의 ‘악전고투’해야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럭셔리 산업이다. 아무래도 남성보다는 여성들 특유의 직관과 감수성이 중시되는 산업이다 보니, 상속녀들이 그저 평범한 상속녀로만 남아있기 힘들다. 경영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루이비통(Louis Vuitton), 펜디(FENDI), 미쏘니(Missoni)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상속녀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신만의 길을 가기위해 가족과 싸우기도 하고, 때론 울고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LVMH 왕국의 ‘차기 여왕’ …LVMH그룹의 델핀 아르노(Delphine Arnault·38) =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델핀 아르노는 현재 그룹의 오너이자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66)의 장녀이자 하나뿐인 ‘딸’이다.

델핀 아르노

글로벌 럭셔리 기업 1위 LVMH그룹엔 ‘왕국’이라는 표현만큼 적절한게 없는 것 같다. 1987년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과 코냑제조사인 ‘모에&샹동 헤네시’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LVMH그룹은 현재 루이비통(Louis Vuitton), 디올(Dior), 셀린느(Celine) 등 15개 명품 패션브랜드와 와인, 화장품, 시계, 보석, 면세점 등 총 66개 브랜드를 거느리면서 세계 럭셔리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21세기 들어 럭셔리 산업이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아르노 회장의 자산은 382억 달러, 우리돈 약 45조원 수준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그는 현재 세계 13위 부호이자 유럽 최고의 갑부다. 때문에 럭셔리 왕국의 왕좌를 누가 물려받을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그런 점에서 아르노 왕국의 ‘왕위 계승자’ 1순위인 델핀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아르노에게는 4남 1녀의 자식들이 있지만, 델핀의 경영능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침착하고 차분한 성격에 꼼꼼하고 디테일에 강한 일처리 방식, 예술과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 등이 명품 산업에 적합하다는 평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저 편하게 먹고 살려는 콧대 높은 철부지 아가씨가 결코 아니라는 평도 더해진다. 

베르나르 LVMH 회장과 델핀 아르노

런던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와 프랑스 명문 경영대학원인 EDHEC (Ecole des Hautes Etudes Commerciales du Nord)에서 공부한 델핀은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를 거쳐 2000년 LVMH 그룹에 합류했다. 입사 3년만에 능력을 인정받아 2003년부터 그룹 내 유일한 여성이사가 됐다.

2013년부터 델핀은 루이비통의 부사장으로 루이비통을 이끌고있다. 루이비통의 패션, 신발, 액세서리, 주얼리까지 델핀의 손을 거치지 않는게 없을 정도다. 루이비통이 LVMH의 수입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회사 임을 감안할 때 그녀에 대한 아버지 베르나르 아르노의 신뢰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델핀이 그룹의 주축인 루이비통을 이끌게 된 데에는 이전에 몸담았던 계열사 크리스찬 디올 꾸뛰르에서의 활약이 자리잡고 있다. 그녀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이끈 럭셔리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 꾸뛰르(Christian Dior Couture)는 델핀이 재임한지 5년만에 매출이 67%나 증가하면서 당시 최대 매출인 12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르노 가족 (왼쪽부터 앙트완, 델핀, 베르나르 회장 부부)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그녀에게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아버지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델핀과 그녀의 동생이자 장남인 앙트완과의 대결구도를 만들었다. 델핀이 루이비통에 부사장이 되기 직전인 2011년 앙투안에게는 최고급 수제 남성화 업체인 벨루티(Berluti)의 경영을 맡긴 것이다. 신발이 중심이던 벨루티를 종합 남성 브랜드로 변신시키라는 주문도 함께 했다. 앙트완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듯 취임이후 마케팅에 집중 투자하고 미국 마이애미와 중국 상하이에도 매장을 개설하는 공격적인 경영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대해 베르나르 회장도 “벨루티 매출을 수백만 유로 늘릴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표시한상황이다.

이처럼 남매가 후계구도를 놓고 대결을 펼치고 있지만, 그래도 현재까지는 델핀의 손을 들어주는 사람이 많은 분위기다. 루이비통이 LVMH의 모태이자 그룹이 거둔 흑자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등 중요도에서 벨루티를 훨씬 능가한다는 이유에서다.

▶상속녀 타이틀보다 내 브랜드 … 펜디의 델피나 델레트레 펜디(Delfina Delettrez Fendi·27) = 럭셔리 브랜드 펜디(FENDI) 창업자 아델 펜디(Adele Fendi)의 증손녀인 펜디 가문 4세 델피나 델레트레 펜디는 가업 경영보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델피나 델레트레(Delfina Delettrez)’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초현실적 디자인으로 무장한 주얼리 디자인 회사다.

델피나 델레트레 펜디

펜디 가문은 막강한 우먼 파워를 자랑한다. 살벌한 패션계에서 3대째 여성 수장이 가업을 이끌고 있다. 펜디는 1925년 델피나의 증조모 아델 펜디에 의해 창시됐다. 이후 아델은 5명의 딸을 낳았는데, 딸들이 모두 이 작은 가방과 장신구 회사에 참여했다. 당차고 능력있는 펜디家 여성들의 활약으로 펜디는 점점 덩치를 부풀렸고 오늘날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 강인한 가문의 딸 델피나 역시 그 유전자를 물려받은 모양이다. 델피나는 2007년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가지를 한꺼번에 얻었다. 자신의 브랜드와 딸 ‘엠마(Emma)’다. 

펜디 가족 (왼쪽부터 칼라 펜디, 델피나 펜디, 안나 펜디, 현재 펜디 수장 실비아 펜디)

어린시절부터 반짝이는 주얼리를 좋아했던 델피나는 2007년 당시 19세의 나이로 자신만의 주얼리 브랜드인 ‘델피나 델레트레(Delfina Delettrez)’를 차렸다. 브랜드 이름엔 ‘펜디’를 없앴다. 작은 규모였지만 펜디 상속녀라는 타이틀없이 스스로 뭔가를 이루고 싶었다는게 이유다.

또 그 해 첫 딸 ‘엠마(Emma)’도 얻었다.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와는 헤어졌다. 상속녀이자 10대 소녀였던 델피나에게 출산은 용감하고 과감한 결정이었다. 델피나는 딸과 함께 로마에 거주하며 싱글맘으로서 디자이너로서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있다. 

델피나 델레트레 컬렉션 [사진=델피나 인스타그램]

업계 관계자들은 델피나가 현재 펜디의 수장이자 그녀의 모친인 실비아가 은퇴하면 4대째 펜디의 ‘여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델피나 자신은 굳이 그러한 의욕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주얼리 디자이너의 삶에 만족하는 눈치다. “엄마와는 다른 각도와 시선을 갖고 싶다. 지금 내 열정의 대상은 주얼리다“라며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울면서 경영수업…미쏘니의 마르게리타 미쏘니(Margherita Missoni·32) = 미쏘니의 상속녀인 마르게리타 미쏘니는 현재 엄마이자 브랜드의 수장인 안젤라 미쏘니(57) 곁에서 후계자 수업에 열심이다. 

마르게리타 미쏘니

하지만 마르게리타는 사실 가업을 상속하는 데에는 큰 뜻이 없었다. 미국 명문 콜롬비아대에서 철학을 공부한 그녀의 원래 꿈은 할리우드 배우.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가족들의 성화에 못이겨 결국 가업을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자유를 꿈꿔온 그녀에게 회사 생활은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미쏘니를 이끌어야 한다는 중압감도 대단했다. 마르게리타는 어느 영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엄마 앞에서 매일 서럽게 울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지금은 눈물을 닦고 미쏘니의 재도약을 위해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미쏘니 가족 (가운데 마르게리타, 오른쪽 현 미쏘니 수장 안젤라 미쏘니)

럭셔리 브랜드 미쏘니(Missoni)는 지그재그 무늬, 현란한 색상의 니트로 잘 알려져 있다. 특유의 패턴은 따뜻하고 여성스런 느낌을 물씬 풍기기는 하지만 다소 ‘올드’한 느낌이라는 평가가 많다. 현재 마르게리타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그녀는 “(이전 미쏘니와) 나는 다른 스타일을 가졌다. 내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다면 엄마(현 CEO인 안젤라 미쏘니)나 할머니가 만든 옷을 똑같이 만들진 않을 거다. 여러분이 만족할 만한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마르게리타 미쏘니의 세컨 브랜드 아동복 ‘마르게리타’ [사진=마르게리타 인스타그램]

올해 마르게리타는 미쏘니의 세컨 브랜드이자 아동복 브랜드인 ‘마르게리타’를 론칭했다. 미쏘니로서는 파격적인 시도다. 가격도 티셔츠 한장에 30~80달러로 저렴한 편. 이 브랜드는 미쏘니의 대중화에 기여할 예정이다.

그녀는 공식 석상에 설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쏘니 의상을 입는다. 올드하게 느껴지던 의상들은 그녀의 스타일링에 힘입어 젊은 셀러브리티들의 각광을 받고 곧장 브랜드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르게리타 미쏘니는 공식석상에서 미쏘니 의상만을 고집한다 .
젊어진 미쏘니는 패션계에서 주목받는 브랜드로 중흥기를 맞고 있다. 영국의 일간신문 텔레그래프는“미쏘니는 안젤라가 딸을 뮤즈로 삼으면서 전통적인 미쏘니의 지그재그 무늬 니트웨어를 더욱 섹시하고 멋지게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반세기 넘도록 생명을 유지해 온 브랜드가 그 덕분에 매년 20%씩 성장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녀가 이끌 미쏘니가 다시한번 ‘핫’한 브랜드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해봐도 좋을 것 같다.

im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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