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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역대 NO.4 챔프” 레슬러 김남훈 ‘거드름’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난 김일, 김덕, 이왕표에 이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현행 프로레슬링 단체의 챔피언벨트를 거머쥔 역사상 네 번째 챔피언이란 말이지.”

최근 국내 프로레슬링단체 PWF(Pro Wrestling Fitㆍ대표 김남석)의 챔피언에 오른 프로레슬러 김남훈(41)이 자의로 여러 언론사를 불시 방문해, 격투기ㆍ프로레슬링 담당기자들에게 자랑하고 있는 내용이다. 기자도 챔피언벨트를 어깨에 둘러멘 채 돌진해온 김남훈으로부터 인삿말보다 먼저 이 말을 들었다.

PWF LOTC 챔피언벨트를 들어보이는 김남훈. 실제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주변 시선에 아랑곳 없이 어깨에 메고 왔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지난 10월 3일 일산 크로스핏풍류체육관 특설링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김남훈은 가바이지지(일본), 릴섭지(국적불명)를 상대로 한 ‘3웨이 매치’(1대1대1로 한번에 3명이 경기하는 것)에서 승리를 거둬 PWF LOTC(Lord Of The Chaos) 챔피언에 올랐다.

김남훈은 이보다 앞서 지난 2010년 10월 울산에서 열린 WWA(World Wrestling Association) 대회에서 ‘게이레슬러’ 단쇼쿠디노(38ㆍ일본)를 꺾고 일본 중견단체인 DDT의 제14대 익스트림급 챔피언에 올랐다. 이듬해 1월 일본에서 열린 첫 방어전에서 패하기까지 3개월간 챔프 자격을 유지했었다.

최대한 멋진 포즈를 요청하자 비장한 표정으로 자세를 잡고 있는 김남훈.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그보다 먼저 이런 ‘업적’을 달성한 이들의 면면만 봐도 실제로 한일 양국의 프로레슬링 단체에서 모두 챔피언에 오르는 게 비상한 일임엔 틀림없다. 역도산의 후계자이자 한국 프로레슬링 선구자 고 김일 옹, 일본과 미국 WWF 무대에서 활약했던 김덕, 최근 은퇴식을 가졌던 국내 일인자 이왕표 단 3명만 달성했던 일이란다.

“2001년 10월 13일 과천 경마공원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그 때 난 알았다. 나의 피지컬로는 결코 헐크 호건, 마초맨 같은 인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사업가로 변신했지만 급전이 필요할 때면 다시 김미파이브(쇼무대가 있던 극장식 레스토랑. 현재는 사라졌다)에서 프로레슬링 무대에 서기도 했다. 두 번의 큰 부상 때문에 경기는커녕 영구장애를 걱정한 적도 있었다.”

김남훈은 경기 중 철제 링포스트에 안면을 부딪히며 상악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접합이 불가능해 성형한 뼈를 이식해야 했다. 링 로프 반동중 밸런스를 잃고 링 밖으로 튀어나가 하반신 마비를 겪은 적도 있다. 6개월 이상 두문불출하며 거실 바닥을 기어 화장실을 다녔다. 삼류로 그칠 뻔 했던 그의 프로레슬링 인생은 그러나 역대 한국인 네 번째 한일 양국 챔프 석권을 계기로 급반전을 맞았다.

한번 얻은 귀한 보물을 뺏기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강한가 보다. 그는 챔피언이 챔피언전 룰을 직접 정할 수 있는 LOTC의 규정을 이용해 장기집권을 노리고 있다.

지난 10월1일부터 타이틀전 당일인 10월3일까지 그의 비즈니스 스케줄 모음. 평소 이 정도로 타이트한 스케줄로 살고 있다.


“다시 말한다. 아임 넘버 포! 먼저 도전자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중 공신력 있는 기관의 외국어 시험에서 기준점수 이상을 받아야 한다. 챔피언은 단체의 얼굴이며 외국 선수들과도 시합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외국어 시험 통과자는 A4 용지 20장 분량으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라. 그 다음은 면접이다. 이를 모두 통과해야만 정식으로 타이틀전이 시작된다. 이건 나를 위해서가 아니다. 챔피언 벨트의 권위를 위해서다! 으하하하.”

실내가 떠나가라 한바탕 웃던 그는 갑자기 마치 해리성인격장애가 찾아온 듯 자세를 고쳐잡더니 정중한 말투로 레슬러 특유의 허슬, 허풍을 뺀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진짜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자기 연출에 능한 김남훈이란 인간이다.

“사실 제가 김일,김덕,이왕표 이런 분과 어떻게 어깨를 견주겠습니까. 프로레슬링 캐릭터로서 한 이야기인 거 다 아시죠?”

그의 링 밖 본모습은 방송인이자 자기개발분야 강사다. 185㎝ 130㎏의 거구에 금발 차림으로 챔피언 벨트를 어깨에 멘 채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은 연출일 뿐이다. 실제는 수십 권의 자기개발서를 냈고, 연간 100여 회의 특강에 나서는 인기 강사다.

“제가 서울 처음 올라왔던 것이 20대 중반이니까요. 그때 식당에서 일했는데 조금씩 성장하면서 여기까지 왔네요. 저의 이런 경험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는 이달 초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GIF 2015에서는 ‘스마트워크 스마트라이프’란 주제로 강의해 참석자들과 매스컴으로부터 크게 호평 받기도 했다.

“헬조선을 비롯해 금수저,흙수저 이런 논란이 참 가슴 아픕니다. 제가 20대 때는 미래라는 걸 꿈 꿀 수 있었습니다. 저도 기성세대가 된 입장에서 젊은 친구들에게 미안할 따름이구요. 하지만 노력 아니 노오오력이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노오오력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노오오력을 배신할 뿐이죠.”

그는 5년 전부터 ‘1,2,3’ 세가지 숫자를 매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1은 1000만원 기부, 2는 단행본 2권, 3은 방송프로그램 3개에 고정출연 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기부가 목표 절반에 불과하고 다른 목표도 지지부진하네요. 하지만 이제 챔피언이 되었으니 남은 3개월 힘을 내보겠습니다. 내년에는 목표를 모두 두 배로 올려볼까 싶네요.”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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