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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왕실-<17> 사우디아라비아 (하)]기린아 압둘라 前국왕...여성 선거권 무산 등...깨져버린‘개혁의 꿈’
수다이리 출신이 아니면서 가장 강력한 수다이리 가문의 군주였던 파드 국왕을 이은 압둘라 전 국왕은 사우디 역사에서 가장 야심이 컸던 인물 가운데 하나다. 파드 국왕의 충실한 후계자였지만, 수다이리를 가장 위협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압둘라 전 국왕의 모친은 사우드 왕족과 국가 통합과정에서 가장 오랜 시간동안 갈등했던 라쉬드 가문의 일원 겸 샴마르 씨족장의 딸이었다.

그런데 제2대 사우드 국왕은 1962년 압둘라를 국가방위군 총사령관에 임명한다. 국가방위군은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사우디군과 내무부 장관이 지휘하는 국내안전보장국과 함께 사우디 군부를 형성하는 부대이다. 국가방위군은 왕실 직속 정예부대이다. 왕실 보호와 쿠데타에 대응하는 임무를 맡고 있어 창설 초기부터 막강한 권력을 자랑했다.

왕실 개혁에 나섰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그런데 왕실직속 부대를 이끌던 그가 사우드 국왕을 끌어내리고 왕위에 오른 파이잘 국왕 대에도 무사했다. 비록 그의 가문은 힘이 약했자만, 개인의 처세가 능했던 덕분으로 추정된다.

그의 국가방위군 총사령관 지위는 왕이 된 후인 2010년까지도 계속된다. 수다이리 가문을 제외하면 사우디 왕자들 가운데 가장 오래 군권을 쥔 게 압둘라다. 군권이 곧 권력임을 결코 잊지 않은 셈이다.

4대 칼리드가 왕위에 오를 당시 압둘라의 권위는 이미 상당히 높아졌다. 칼리드 국왕은 1975년 파드를 왕세제로 지목하면서 압둘라를 부왕세제로 임명했다. 파드가 왕위에 오른 1982년에는 왕세제로 임명된다.

하지만 수다이리 출신이 아닌 압둘라가 실제 왕위에 오를 지는 불투명했다. 파드 국왕의 동복 형제들이 여전히 국방부와 내무부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다이리세븐은 압둘라가 부왕세자에 올랐을 당시에도 사임할 것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1995년 파드 국왕이 뇌졸증으로 쓰러지면서 자연스레 섭정을 맡게 되고, 국왕 즉위를 위한 준비를 마치게 된다.

2005년 왕위에 오른 압둘라는 2010년까지 국가방위군 총사령관을 겸임하다가 군을 국가방위부로 격상시키고 그 자리를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준다. 비록 왕세제로는 수다이리의 둘째 술탄을 임명했지만, ‘형제 상속’에 기반한 왕실 전통에서 나중에라도 자신의 아들이 후보로 지명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분석이다.

압둘라의 여러 개혁조치들도 결국 수다이리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자 하는 정치행위였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압둘라 국왕 역시 끝내 수다이리 가문의 압력을 이기지 못했다. 술탄 왕세제가 2011년 사망한 뒤에도 수다이리의 넷째인 나예프를 계승자권자로 임명해야했고, 2012년 나예프가 죽은 뒤에도 수다이리가의 살만을 후계자로 삼아야 했다.

그리고 지난 4월 그가 서거하면서 ‘압둘라 식 왕실 개혁’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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