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명동도 이제 일본인 대신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들이 다 차지했어요.”
서울 명동에 있는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의 말이다. 한 때 서울의 주요 명소마다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었던 일본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다.
비단 관광객뿐만이 아니다. 국내 체류 중이거나 새롭게 입국하는 일본인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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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가 장기화하고 최근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의 안보법안 강행 처리와 혐한(嫌韓) 분위기 고조 등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로 양국 갈등이 커지면서 국내 민간교류도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국내 체류중인 일본인은 총 3만7865명으로 1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2005년 3만9410명이던 체류 일본인은 엔고와 한류 열풍 등 양국의 우호 분위기 속에 2008년 5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5만명 수준을 계속 유지하던 체류자가 지난해부터 급감하면서 예전 수준까지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입국하는 일본인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본 국적의 연간 한국 입국자는 2000년대 후반 이후 300만명 선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13년 이후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올해 8월말 기준 119만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대로 가면 연간 입국자 200만명을 넘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전체 입국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일본인들의 ‘탈(脫)한국’은 더욱 두드러진다. 2005년 국내 외국인 입국자 중 일본인 비중은 약 50%로 2명 가운데 1명을 차지할 만큼 높았다.
하지만 매년 비중이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2015년에는 10명 중 2명도 안 되는 14% 수준까지 내려갔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인의 국내 입국자 비중은 2010년 이후 전체 50~60%까지 급증했다.
이처럼 한국을 떠나거나 찾지 않는 일본인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아베노믹스 이후 본격화된 엔저 현상이 꼽힌다.
한때 1500원까지 치솟았던 100엔당 원ㆍ엔 환율이 지난해 이후 900원 선까지 내려가면서 환전 메리트가 크게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일본 내에서 증가하고 있는 반한 감정도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인 중 66.4%가 ‘한국에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978년 조사가 시행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한류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일본인 응답자 중 85.8%가 ‘4년 이내에 한류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 응답자들은 일본 내 한류 침체의 원인으로 ‘일본의 우경화가 진행되며 반한 기류가 조성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물론 한일 간 민간교류가 침체일로만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2007년 1034명이던 국내 일본인 유학생의 경우 올해 2599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고, 일본인 배우자도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기존의 한류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면서 공통 분모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시민단체 등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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