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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진보 단체 “국정 한국사 헌법소원 검토”…과거 헌재 판결 주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정부가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 진보진영에서는 국정 교과서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1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466개 시민사회단체가 연합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 관계자는 “헌법소원과 가처분신청 등 국정 교과서를 저지할 수 있는 사법적 방법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국사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와 헌법을 부정하는 일”이라며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국정교과서의 위헌성에 대한 지적은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합헌’인지 ‘위헌’인지를 두고 진보 보수 양 진영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면서 지난 1992년 헌법재판소가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내놓은 결정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서울의 한 중학교 국어교사는 국정 국어교과서를 두고 “헌법이 보장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출판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헌재는 일부 교과서의 경우 국가가 관여할 수 밖에 없다는 취지로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진보진영은 비록 합헌 결정이 됐지만 헌재가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특히 국사의 경우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점을 들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결정문(89헌마88)을 통해 “국가의 교육내용에 대한 권력적 개입은 가급적 억제되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면, 국정 교과서제도는 교육부에 의해 교과서 편찬이 주도될 뿐만 아니라 그 교과서만이 교재로 허용되고 있다는 점, 정부의 행정관료에 의하여 교과내용 내지 교육내용이 영향을 받을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규정과 모순될 수 있다”면서 국정교과서가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 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국정 국어교과서를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이처럼 국정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정교과서 발행이 학년과 학과에 따라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교과서 제도가 학생들의 사고력을 획일화ㆍ정형화하기 쉽고 다양한 사고방식 개발을 억제할 위험이 있다는 게 근거다.

헌재는 이어 국가가 교과서를 독점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념에 모순되고 교사와 학생의 교재선택권이 보장되지 못하며,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암기식 교육이 이뤄지기도 쉽다고 밝혔다.

특히 “교과서의 내용에도 학설의 대립이 있고, 어느 한쪽의 학설을 택하는 데 문제점이 있는 경우, 예컨대 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사 교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헌재는 다만 “국민의 수학권과 교사의 수업의 자유는 다 같이 보호돼야 하겠지만 그중에서도 국민의 수학권이 더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면서 “국민의 수학권 보호라는 차원에서 학년과 학과에 따라 어떤 교과서는 자유발행제로 하는 것이 온당하지 못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 경우 국가가 관여할 수밖에 없으며, 관여할 헌법적 근거도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최근 헌재의 보수화 경향으로 인해 헌법소원이 제기된다고 해도 기각될 소지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섣불리 헌법소원을 했다가 오히려 정부의 국정화 방침에 정당성을 부여해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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