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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제에 빠진 입맛]푸드(Food)의 프리 선언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수제(Hand-made). 얼핏 ‘장인’과 ‘명품’이 연상되는 수제. 공장 제품의 홍수 속에서도 ‘수제’는 일부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 위력을 연명해왔다. 1970~80년대를 휩쓸던 수제 양복, 수제 구두, 수제 가방 등은 판박이 공장제품을 비웃으며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이들의 기호를 충족시켜줬다.

그런 수제가 요즘엔 푸드(음식ㆍFood)로 이동했다. ‘나만의 맛’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수제 어묵.

수제버거, 수제맥주, 수제잼, 수제요거트, 수제도시락…. 유통가에는 온통 이같은 수제 열풍이 한창이다. 안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남과는 다른 것을 먹고 싶다는 ‘맛의 개성시대’가 그 배경이다. 음식에 대한 자유 선언인 셈이다.

여섯살, 세살짜리 아이를 둔 주부이자 수제 마니아인 이시영(38) 씨는 “수제는 단순히 손으로 만드는 음식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 자체”라며 “우리 아이가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만드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봐야 안심이 된다. 그래서 좀 비싸더라도 수제 간식을 사서 먹이거나 블로그를 통해 직접 만들어 먹인다”고 했다.

그 옛날 어머니가 해주던 ‘수제 음식’에 대한 향수는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식품에 질린 후 직접 만들어먹는 음식에 대한 그리움을 일부 수제 식품에서 해소하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그런 물밑 수제 수요를 폭발적으로 불 붙인 곳은 바로 맥도날드다. 패스트푸드 대명사인 맥도날드는 최근 고객들이 원하는 재료를 직접 선택하는 ‘나만의 버거’와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최상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추천버거’ 등 2가지 방식의 ‘시그니처 버거(Signature Burger)’를 내놨다. 먹는 재미와 만드는 재미, 이 두가지는 음식의 개성시대 트렌드에 부합하면서 첫날부터 장안의 화제로 부상했다.

수제 맥주.

수제음식 열풍은 그런만큼 유통업계 핫이슈다. 백화점은 전국 유명 수제음식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머핀부터 프로스트까지 현장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매그놀리아, 최근 유통가 총아로 부상한 삼진어묵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믿음을 팔고 있기에 주부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수제 음식점 몸값은 덩달아 상종가다.

수제 열풍은 창업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에 문을 연 자연발효 빵집 ‘뮤랑’ 김범희 대표가대표적이다. 그는 아이들을 위한 안전 먹거리를 고민하다 창업을 결심했다. 유화제나 제빵개량제 등 일체의 화학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발효공법으로 발효를 시켜 빵을 굽는다. 오픈한 지 얼마되지도 않아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빵이 순식간에 동나 문을 일찌감치 닫는 일은 다반사다.

주목되는 점은 수제 마니아가 늘면서 가격 보다는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패턴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제잼을 전문으로 하는 미스터잼도 이 트렌드에 일조하고 있다. 이 회사 배필성 대표는 몸에 좋은 잼을 만들기 위해 설탕보다는 몸에 좋고 덜 자극적인 프락토 올리고당을 사용한다. 공장의 대량 생산 방식이 아닌 수제 생산이기 때문에 시중에서 파는 일반 잼보다 가격대는 높다. 그럼에도 손님은 줄을 잇는다. 미스터 잼은 단순한 빵과의 인연을 과감히 끊었다. 배 대표는 “찍어내는 공장 잼의 경우 빵에 발라먹는 정도의 역할만 할 뿐”이라며 “수제잼의 경우 요리에 설탕을 대신하거나 샐러드 소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훌륭하게 레시피에도 활용되면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 수제음식은 엄마의 손맛 그리고 맛으로 평가를 받았다”며 “최근 불고 있는 수제 열풍은 그와는 약간 달리 믿음과 신뢰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재미가 중심이 되면서 새로운 중심 트렌드로 떠오르게 된 것”으로 해석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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