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부산의 한 실내사격장 총기 및 실탄 탈취 사건은 너무 허술한 법령으로 인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오전 홍모(29)씨는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실내사격장에서 총 50발의 실탄을수령해 45구경 권총으로 20발을 쏜 뒤 여주인 전모(46)씨를 흉기로 수차례 찌른 뒤 실탄 19발과 권총을 탈취해 달아났다. 홍씨가 실탄을 수령해 총을 쏘고 범행하기까지 사격장 내에는 주인 전씨 말고는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전씨 외에 30대 초반의 직원이 있었지만 이 직원은 슈퍼에 간다고 자리를 비워 범행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사격 및 사격장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사좌나 사격실 내에서 사격장 관리자나 안전담당 종업원 없이 사격하는 사람을 혼자 둬서는 안된다는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을 어기더라도 아무런 벌칙은 없다.

사대에 권총을 거는 고리에 잠금장치가 없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홍씨는 이날 총기를 못 가져가도록 저항하는 업주 전씨를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사대에 있는 권총을 가지고 달아났다. 걸쇠가 있긴 했지만 이는 총기의 외부 무단 반출을 막는 게 아니라 사로에서 총구의 방향을 표적지가 있는 앞으로 안내하는 기능이 전부다.

누구나 총을 쏘다가 마음만 먹으면 고리를 풀어 빼낼 수 있는 구조여서 자칫 총기 탈취나 표적 외 발포 등 대형 총기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게다가 사격장 입장객의 신분 확인도 주먹구구식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홍씨가 범행 당일 총기 대여일지에 작성한 인적사항은 이름과 주민번호, 휴대전화번호 모두가 엉터리였다. 경찰은 사격장에서 신분증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행 관련법이 신분 확인, 총기 관리 수칙 등 사격장 안전관리와 관련된 규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사격장을 관리하는 경찰 역시 법이 규정한 대로 한달에 한번씩 사격장을 점검하더라도 법이 규정한 사격장 안전관리자 선임 등 외에는 사실상 단속이나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애로사항이 많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관련 규정이 없으니 처벌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사고가 난 사격장에서 허술하게 총기 관리를 해 인명사고가 났지만 법령만 따져보면 사격장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게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효민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4세 중학생 이상이면 총을 쏠 수 있는 등국내의 사격장 안전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며 “총기를 다루는 만큼 인명사고로 직결되기 때문에 신분 확인, 구체적인 총기 안전 관리를 만들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