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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타운의 반전"…해제지역 땅값 급등, 타지역도 "해제하자"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아니, 글쎄 안 판다니까요. 굳이 팔 이유도 없고 앞으로 더 오를 거 같은데 뭘…”

지난 1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에서는 공인중개사가 전화로 땅 주인 P 씨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땅을 높은 값에 팔라는 공인중개사와 안팔겠다는 땅 주인과의 신경전이 팽팽하게 한참 이어졌다.

P 씨는 작년 여름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의 골에 빠진 채 한 치의 앞도 보이지 않을 무렵, 값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뉴타운 매물을 샀다. 당시 뉴타운 매물은 뉴타운이 성공적으로 진행돼봤자 보상가가 시세의 60~70% 선에서 매겨진다는 사실이 비로소 널리 알려져 인기가 수직하락한 시기였다. 같은 동네에서 뉴타운, 재개발 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매물이 3억원에 팔리면 뉴타운, 재개발 구역에 포함된 구역은 2억원 전후에 팔렸던 것. 부동산 침체에 낮은 보상가,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분양가의 미미한 격차 등으로 뉴타운 투자는 한물갔다는 평을 들을 때였다.

서울 강북권의 한 뉴타운 구역에 빌라 분양을 홍보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 있다.

특히 덩치가 큰 대형 단독주택 호가가 폭락했다. 총액이 작은 소형 단독주택의 3.3㎡당 시세가 1100만~1200만원을 형성할 때, 대형 단독주택은 8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P 씨는 당시 약 336㎡ 규모의 대형 단독주택을 3.3㎡당 795만원대(총액 약 8억원)에 과감히 매입했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많은 금액을 한물간 뉴타운 투자에 왜 쓰냐는 말들이 오갔지만 P 씨는 단호했다. 그는 “이 정도 금액이면 뉴타운 진행이 돼도 손해볼 게 없고 안돼도 손해볼 게 없다”는 논리를 폈다.

약 1년여가 지난 현재 P 씨가 주택을 매입한 구역은 뉴타운이 해제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반전됐다. P 씨의 담담한 논리는 소위 ‘대박’을 불러왔다.

뉴타운 해제로 아파트를 지을 수 없게 되자 속칭 빌라업자들이 몰려들어 빌라를 지을 만한 땅을 싹쓸이한 것. 빌라를 지을 수 있는 대형 단독주택의 몸값이 특히 고공행진했다. 3.3㎡당 795만원에 산 P 씨의 주택은 현재 1200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장위동 R공인중개사 관계자에 따르면 1200만원대 매물도 찾기 힘들고, 1300만원대 매물이 슬슬 나오고 있다. 1년여만에 3억원 가량 시세가 뛰었지만 P 씨는 “향후 이 일대에 북서울꿈의숲이라는 대규모 시민공원이 조성될 것인데다 동북선 경전철이 들어오고, 일부 진행된 뉴타운 아파트들이 들어서면 주변 땅값은 더 오를 것”이라며 당분간은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뉴타운 해제구역의 땅값이 급등하면서 뉴타운이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맞고 있다.

뉴타운 진행이냐, 해제냐의 논란이 주민들 사이에서 약 10여년간 한발짝의 진전도 없이 계속 맴돌고 있는 가운데 해제지역의 땅값이 급등하면서 주변 지역의 뉴타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타운이 진행되면 뉴타운 조합원들은 소유지분 시세의 60~70%의 보상가를 돌려받고, 조합원 분양을 받는다. 조합원 분양가는 통상 일반분양가보다 30~40%까지 저렴하게 책정된 적도 있었으나, 건설사들이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20% 정도 저렴하게 책정하다가 최근에는 아예 거의 차이를 두지 않는 추세. 그러다보니 조합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해제 후 시세대로 받고 팔아넘기는 게 상책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해제됐거나 해제 가능성이 높은 구역의 대형 단독주택이 최근 상한가를 올리다보니 부작용도 다수 나타나고 있다. 빌라를 지을 수 없는 소형 주택이나 빌라 지분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액으로 뉴타운 투자에 나섰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재개발구역 반대 비대위 모임인 공생포럼은 조영미 총무는 “길음1구역, 용두6구역 등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아 사업이 막바지 단계에 이른 구역에서도 해제를 위한 격렬한 반대 운동이 나타나는 등 해제 분위기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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