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140개국 중 26위에 그쳤다. 10년래 최악의 성적이라던 지난해와 같은 순위다. 2007년까지만 해도 11위를 기록했던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매년 뒤걸음질만 할 뿐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상위 순위에 포진한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과의 격차도 문제지만 아시아 주요 경쟁국들에게도 밀리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한 때 ‘아시아 4룡(龍)’으로 불리던 싱가포르(2위), 홍콩(7위), 대만(15위)중 우리만 2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더욱이 말레이시아(18위)도 우리보다 8단계나 앞으로 치고 나갔으며, 중국(28위)도 턱밑까지 쫓아와 언제 추월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다 아시아에서도 주변국가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WEF는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3대 요인으로 노동과 금융, 그리고 정부규제를 꼽았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정확하고 아픈 지적이다. 실제가 그렇다. 금융의 경우 시장성숙도는 작년 80위에서 87위로 7단계 하락했다. 은행건전성은 113위, 대출 용이성 119위, 서비스 이용 가능성 99위로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했다. 벤처자본의 이용가능성과 증권거래 규제가 다소 개선됐다고 하나 80위권으로 턱없이 낮다. 그래도 급여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동시장의 비효율성도 여전했다. 노사간 협력이 132위로 꼴찌를 기록했으며 정리해고 비용, 고용 및 해고 관행, 등 고용관련 순위는 모두 100위권 밖이다. 노동시장 효율성도 83위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9000만원의 고임금을 받으면서도 파업을 연례행사처럼 벌이니 경쟁력이 올라갈 까닭이 없다. 정부의 정책 투명성과 규제개혁 부담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책결정 투명성은 123위로 맨 바닥이고, 법체계의 효율성이나 기업 이사회의 유용성 등도 100권안에 들지 못할 정도로 취약한 모습이었다.
WEF 평가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며, 나아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방향은 이미 정해져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중인 노동 공공 금융 교육 4대 개혁의 완성이 그 답이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특히 노동과 금융의 비효율성을 걷어내는 개혁 작업이 얼마나 화급한 과제인지 다시한번 드러났다. 개혁은 기득권 내려놓기가 그 시작이다. 개혁은 그래서 고통스럽다. 이해당사자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동참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비로소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대로 영영 아시아의 변방으로 처질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