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개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3쿠션 당구 세계랭킹 1위인 ‘당구황제’ 토브욘 블롬달(53ㆍ스웨덴)과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이융 교수다.
토브욘 블롬달(가운데)이 KAIST 대담강연에서 의견을 밝히고 있다. |
블롬달은 지난 15일 오후 2시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전자동 강당에서 열린 대담 형식의 강연에 나섰다. 먼저 그의 일대기와 활약상이 동영상으로 소개됐다. 이어 그를 초청한 이 교수와 신준우 교수가 화두를 던지면 블롬달이 답하고 강당을 찾은 카이스트 재학생, 임직원들과 함께 의견을 나눴다.
블롬달은 프로 선수로서 당구의 세계에 뛰어들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에 “아버지가 당구장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당구를 접하게 되고 어느정도의 텔런트까지 겸비되면서 자연스럽게 당구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답했다.
연단에서 강연을 찾은 재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토브욘 블롬달. |
그는 생애 통산 65 차례나 우승했다. 여기엔 43번의 월드컵 대회 우승, 4번의 세계선수권이 포함된다. 첫 우승은 무려 30년 전인 1985년이다. 그 때부터 세계정상권에 올라 현재까지도 최고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슬럼프가 없었을 리 없다. 대신 극복 비결이 있었다. “오래 전 친구에게 정말 좋은 조언을 들었고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그 말을 되새긴다. 의외로 간단한 답이었다. ‘그저 네가 할 줄 아는 것을 하는 것이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이 말은 항상 흐트러졌던 나를 경기에 다시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큰 힘이 된다.”
KAIST 재학생과 기념 촬영에 응하고 있는 블롬달. |
한 분야에서 커다란 업적을 이룬다는 것은 카이스트의 인재들에게도 목표의 하나다. 당구계에서 현재진행형의 불멸의 업적을 써내려가고 있는 그는 “내가 한평생을 한 가지 분야에 쏟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나를 즐겁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이 자신을 어렵고 힘들게 만들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자신의 일에 정진하되 가끔은 일을 잊고 취미 등 다른 활동을 자주 갖는 것이 좋다. 그것이 자신을 환기시키고 주변의 말을 듣게 해줄 것이다. 특히 주변의 말을 듣고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자기 성찰 및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블롬달이 자신의 사진에 자필 서명을 쓰고 있다. [이상 사진제공=코줌코리아] |
자신의 분야에서 할 만 한 것은 다 한 그지만 항상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18년 전 우승해본 후 아직까지 얻지 못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컵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대회가 생기면 그 대회에서 가장 먼저 우승해보고 싶어요.”
이날 강연을 마련한 이 교수와 신 교수는 대전 소재 홍진표 프로의 당구클럽에게 직접 당구를 배우고 있는 열혈 동호인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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