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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환과 변형에서 선악과로 작품세계 선보이는 조각가 전용환

공간은 건축과 자연이 어우러지면 의미를 더한다. 이미 연출된 공간일지라도 이를 재구성 할 수도 있다. 과거 서울시에서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위한 노력을 했던 것이나 한강을 잇는 많은 다리에 불빛을 더한 것도 재해석의 의미로 볼 수 있다. 교통의 연결수단이었던 ‘다리’가 다양한 빛으로 채색되니 외롭고 지쳤던 퇴근길이 낭만적이다.

조각에 회화 더한 순환과 변형공간의 재해석을 넘어 예술적 가치를 더할 수 있는 것은 조각 작품이다. 무의미한 공간에 작가의 ‘조각’이 더해질 때 공간은 살아나고 ‘예술’을 품게 된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조각이라는 말에 왠지 덩어리에서 무엇인가를 떼어낸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조각은 소조를 더할 수도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조각가 전용환의 작품은 그래서 특별하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는 조각의 형식을 탈피했다. 그의 작품은 공간에 놓인 회화다. 회화로 비춰지게 한 것은 알루미늄 소재에 입힌 화려한 색칠 덕분이다. 그의 작업실을 방문하니 한쪽 귀퉁이에 비슷한 폭으로 잘라진 알루미늄 판이 세워져있다. 작업 전에 미리 이루어져야 하는 기초 작업이다.

일렬로 잘라 준비된 알루미늄 판은 끝이 화살표이다. 조각가 전용환의 손을 거쳐 예술을 품고 구부려지면서 ‘순환’의 표현이 시작된다. 화살표는 연결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때로 연결이 무의미하다는 듯 방향만 제시할 뿐이다. 반복과 변형 그리고 동양의 오방색의 강열함이 주는 속도감으로 해석되는 그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속에서 회오리쳤던 생각이 올라가 끝을 보게 될 것만 같다가도 화살표 끝에 매달린 의문으로 다시 원점으로 오기도 한다.

알루미늄 표면을 갈고 그 위에 덧칠한 오방색의 경쾌함은 때로 전시된 공간 속에 놓인 그의 작품이 모터가 되어 공간 안의 것들을 회전시킬 것만 같다. 활력 있는 빛깔이 내는 속도감이 자연스럽게 공간에 발휘되어 순환적이고 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을 향해
국내에서도 인정을 받았던 조각가 전용환의 애초의 소재는 돌이었다. 이태리로 유학을 오르면서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곳에서 수많은 조각을 통해 영감과 기를 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까라라(Carrar)아카데미를 다니던 어느 날 만난 산로렌조 성당의 미켈란젤로의 조각은 그에게 절망감을 주었다. 조각에 대한 열망으로 한국에서의 명성을 버리고 찾아간 이태리에서 살아있는 사람보다 더 명명하게 표현된 조각을 보며 자신의 실력이 초라하게 여겨졌다.

그런 그가 다시 조각에 열정을 발휘했던 것은 천년도 넘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흠모할 것이 아닌 지금 시대 사람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조각가가 되라는 선배 조각가의 조언때문이었다. 이후 그는 독일 마이엔(Mayen) 작업장에서 작업을 하면서 전용환 만의 조각을 선보이고자 열정을 쏟았다. 이태리 까라라에서 마이엔까지 11시간이 넘는 거리를 다니는 분투의 시간이었다. 여행자에게는 이태리 밀라노에서 베나르 알프스를 관통하는 코모를 지나 독일 프랑크프르트는 매력적인 행로겠지만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기 위해 열정으로 눈이 먼 그에게는 기나긴 행로일 뿐이었다. 이달 9월23일에 열리는 독일 퀠른 전시에 참여할 예정인 조각가 전용환은 전시 후 아내와 아들과 함께 여행자의 몫으로 오랜만에 그곳을 느껴볼 예정이다.

천안의 배 밭으로 둘러싼 작업실에 도착하니 기와를 덮은 작업실과 푸른 잔디밭 사이에 구조가 독특한 사과가 눈에 띈다. 작가가 근래 몰두하는 작업은 선악과이다. 선 조각으로 만든 사과 속에 면 조각으로 만든 사과를 품고 있다. 음·양, 선·악 등의 양면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후속작품세계는 이미 당진 아미미술관에 전시되면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업은 죽을 때까지 할 즐거운 게임입니다” 라고 자신의 예술 활동에서 성공보다 즐거움을 강조하는 조각가 전용환은 여전히 작업에 대한 열정이 크다. 예술가가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이다. 그의 고된 열정의 길에 만난 선악과라는 모티브를 통해 많은 대중들과 전시와 다양한 활동으로 소통하길 기대해 본다. 작가와의 소통을 원한다면 j660515@hanmail.net로 하면 된다.

온라인뉴스팀/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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