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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새정치 5인의 대처법]文 배수진 vs 安 위기론 vs 丁 존재감 vs 朴 관망론 vs 朱 쓴소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지난 9일 재신임 기자회견은 말만 무성한 듯 보였던 위기감을 현실화했다는 평가다. 당이 만만치 않은 위기에 놓였다는 공감대는 주류, 비주류 구분 없이 이뤄졌다. 하지만 각각의 셈법은 다르다. 문재인 대표는 정면승부에 나섰다. 성공하면 혁신안과 리더십 구축이라는 열매를 얻지만 실패하면 당의 혼란은 물론 본인의 정치생명도 위태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혁신위 발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위기론을 활용해 대안세력으로 다시 거론되는 기회도 잡았다. 정세균 전 대표는 침묵을 깨고 큰 판을 움직이며 당 위기론 진화와 동시에 비주류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 대표를 향한 쓴소리를 이어가면서도 행동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문재인 “혁신안 가결·재신임땐 내 거취 논란 끝내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당을 둘러싼 위기론에 ‘재신임’ 카드로 맞섰다. 문 대표는 지난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주류와 비주류 할 것 없이 문 대표의 예상치 못한 승부수에 놀랐다. 일각에서는 “배경이 무엇이든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구상은 지난 여름휴가 때부터 시작됐다. 10일 문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리더십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왔다. 대표의 결단이 예상보다 빨라서 놀랐지만 장기간 고민해오던 일이다”고 전했다. 로드맵도 있었다. 새누리당에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 빅딜 제안을 한 것이 첫번째, 그리고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을 내놓은 지난 달 16일 기자회견이 두번째다.

지난 9일 재신임 기자회견문은 문 대표가 직접 전날 밤 작성한 결과물이다.
승부수의 밑바탕에는 위기의식과 더불어 자신감도 깔려있다는 평가다. 재신임이라는 승부수가 통하면 혁신안과 리더십, 두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혁신안이 가결되고 재신임을 받는다면 혁신이나 내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끝내자”는 문 대표의 발언도 이 같은 자신감에서 기인했다는 평가다.


안철수...“혁신안 통과 된다고... 총선 전망 나아지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는 입과 행동이 무거운 사람이다. 정치판에 뛰어들 때도, 2012년 대선에 나설 때도 숙고 끝에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행동하기 시작하면 기민하고 전략적이다. 새정치연합의 위기 상황에서도 안 전 대표의 이런 자세는 눈에 띈다.

혁신위 발 위기론에 불을 지핀 것은 안 전 대표다. “혁신위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고 혁신은 실패했다”는 발언은 한동안 관망하던 비주류가 목소리를 내게 했고, 결국 문재인 대표가 혁신안 통과에 대표직까지 걸게 한 도화선이 됐다.

약 1년 전 7ㆍ30 재보선 패배로 물러나며 ‘실패한 당대표’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당 위기론에 앞장서며 문 대표와 대척점에 서면서 다시 당의 새로운 대안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의 재신임 카드에 대해서도 각을 세우고 있다.

안 전 대표는 10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난 모든 사안을 두가지 관점에서 본다. 하나는 국민들이 당이 실제로 변화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지와 두번째는 총선승리 전망이 나아질 것인가다”라며 “혁신안이 통과된다고 총선 승리 전망 나아지지 않는다. 왜 집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재신임도 마찬가지”라고 날을 세웠다.

정세균 "이대론 안된다’확산... 文의 살신성인 필요”

지난 9일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기자회견만큼 당에 충격을 준 사건은 정세균 전 대표가 문 대표에게 ‘살신성인’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었다. 범친노로 분류되며 당내 대표급 인사 중 유일하게 문 대표의 조력자로 여겨지던 정 전 대표가 사실상 문 대표 퇴진론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정 전 대표가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정 전 대표는 자타공인 당 내 최대 지지세력을 갖추고 있지만 말과 행동을 자제하며 막후에서 움직여 왔다.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최재성 의원의 사무총장 인선을 두고 당내 논란이 극에 달했을 때도 그는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최 의원의 총무본부장 인선이 관철됐고, 지도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정세균계 의원들이다. 


정 전 대표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데는 최근 당의 위기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인식에서다.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의원들뿐만 아니라 당원들 사이에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문 대표 체제에 대한 실망감도 전했다.

당 내에서는 16일 중앙위의 운명은 정 전 대표에게 달렸다는 말도 나온다. 정세균계와 비노의 보이콧으로 중앙위 자체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을 점치는 경우도 있다. 

박지원...“文 진실성 없어보여... 일단 좀 보고 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까칠한 비판으로 지도부를 긴장시키지만 나서서 행동하지는 않는다. 비주류의 수장이자 호남의 맹주로 불리는 박 의원이지만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 다만 막후에서 큰 판을 움직인다.

박 의원은 10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기자회견에 대해 “진실성이 없는 것 같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이를 포함해 당 위기 극복을 위한 본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좀 두고보자”며 신중론을 보였다.

박 의원은 “재신임을 묻는 법을 스스로 정하고 묻겠다는 것은 마라톤 선수가 마라톤 코스를 자기 마음대로 정해놓고 뛰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문 대표의 재신임 기자회견을 평가했다. 전날 “당을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충정으로 이해한다”는 호평이 뒤바뀐 셈이다. 박 의원은 “당의 총체적 문제는 리더십의 문제였다”며 “재신임의 방법은 당 지도부에서 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전날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 의원까지 문재인 대표의 퇴진론을 언급, 당내 주류ㆍ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위기의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리 당의 위기는) 국민들 마저도 다 알고 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비주류에서도 토론회를 열고 중앙위(16일) 전에 어떻게 해보자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주승용...“문재인만의 黨 아냐... 불신의 골 너무깊어”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10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우리 당은 문재인 대표만의 당이 아니다. 100만의 당원들이 있는데 본인이 최고위원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재신임 관련 발표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 비주류에 속하는 주 최고위원은 지난 9일 문 대표가 자신의 재신임을 거론한 것을 두고 “4ㆍ29 재보궐선거 패배 후 재신임 문제가 논의됐어야 한다고 보는데 (문재인 대표가) 꿋꿋하게 사퇴하지 않겠다고 이 지경까지 온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당내 갈등의 원인 중 가장 큰 요인으로 ‘불신’을 꼽았다. 불신을 극복하려면 ‘문재인의 신뢰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최고위원은 “우리 당은 (문재인 대표에 대한) 불신의 골이 너무 깊다”며 “문 대표가 무슨 말을 해도 당원들이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문 대표의 발언에) 무언가 뒤에 꼼수가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또 “말로는 매일 ‘기득권을 내려놓는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하겠다.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 계파 패권주의는 없다’고 하는데 사실 그게 다 틀리잖아요. 기득권을 뭘 내려놨습니까”라며 문 대표의 그간 행보를 맹비난했다.

박수진 장필수 기자/essenti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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