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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지금 야당에게 중요한 것
지난 7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공천 개혁안을 내놓았다. 선거구별 300~1000명 규모의 국민공천단을 무작위로 뽑고 이들에게 최종 후보를 선택토록 한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정치신인이나 청년, 여성 후보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전략공천도 20% 이상 유지토록 해, 중앙당 차원의 선거전략을 구사할 여지도 남겼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국민공천단을 꾸려 후보선택권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당원의 참여를 보장해주지 않아 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와 유사해 보인다. 일부에선 당원 참여 배제는 정당정치의 토대를 허물어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정당정치가 강화되기 위해선 당원기반의 정당활동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은 타당하다. 그러나 풀뿌리 진성당원이 거의 없는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너무 원론적이고 이상적이다.

오히려 인지도와 조직에서 앞선 현역의원이 유리할 것이라는 지적에 더 수긍이 간다. 국민공천단이 경선후보의 공약과 연설 등을 듣고 경선후보를 선택한다고 하지만, 얼굴이 알려져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이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유권자들의 정치불신과 새로움에 대한 선호를 감안할 때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유명 인사나 방송인이 더욱 유리할 가능성도 높다.

사실 현 시점에서 야당에 중요한 것은 제도적 완벽함이 아니다. 어떤 공천제도든 한계가 있고 보기에 따라 특정 집단에 유리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제도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완벽한 인간을 찾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경기규칙을 정하는 일에 있어 모든 참여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 야당에 중요한 것은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합의수준이 낮으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16일 혁신안에 대한 비판토론회에서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가능한 높은 합의수준으로 공천개혁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제도의 안정성을 강화시키는 출발점이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공천개혁안은 기본적 국회의원 후보경선 규칙이기 때문에 가능한 조기에 결정해야 공정한 경기가 가능하다. 경선규칙의 조기결정은 제도적 한계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규칙의 조기결정 자체가 제도의 안정성을 강화시켜준다는 것이다.

토론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은 시행과정에서 보완해야 한다. 당원참여 배제로 염려되는 정당 약화의 문제는 국민공천단의 경선참여와 심의기능을 강화함으로써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방향이 심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라면 공천과정을 일종의 심의 기제로 활용해 정당 활동의 주요 과정으로 삼을 수 있다.

토론이 가능한 규모로 국민공천단을 세분화하고 이들 간 심의를 통해 경선후보를 선택토록 한다면 여당의 국민경선제와 구분되는 새로운 경선방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본다. 국민공천단이 경선의 들러리가 아니라 진정한 결정권자로서 권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할 때 제도적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경기규칙은 반복된 시행과 수정 보완을 통해 완벽해진다.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는 없다. 기본 틀은 유지하되, 시행과정에서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실천적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제도로서 경선규칙이 갖고 있는 이러한 점을 인식한다면 동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물론 내부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문재인 대표의 노력도 중요하다. 제도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은 제도개혁에 반대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세력을 설득하고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당 대표의 역할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구성원 모두의 대승적 결단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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