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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발 의경사망은 ‘삼촌-조카 분위기’가 불러온 참극?
경찰 초급간부 장난으로 화불러…방범순찰대 규율 상대적 유연
일부선 “총겨눈 자체가 가혹행위”



50대 경찰 초급 간부의 ‘장난’으로 20대 의무경찰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같은 사고를 야기한 경찰과 의경간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직된 군대 문화에선 찾아보기 힘든 조직 문화가 허술한 실탄 관리 등과 맞물리며 큰 사고로 이어졌다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실제 현직 경찰과 의경 등에 따르면 의경-경찰 간부의 관계는 군 사병-간부 관계와는 사뭇 다르다. 

군 사병과 간부의 관계가 철저히 위계질서로 움직이는 수직적이고 경직된 분위기라면, 의경-경찰 간부 사이의 관계는 소속 의경대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예컨대 심야시간 해안을 지키며 초소에서 내무생활을 하는 ‘해안전경대’는 군과 유사한 분위기지만, 대규모 집회ㆍ시위 진압이 주 임무인 ‘기동대’는 ‘담임선생님-학생’같은 분위기다.

지난해 기동대를 전역한 이모(24) 씨는 “의경 담당 간부들과 같이 생활하며 지내다보니 위계질서는 있어도 이들이 간부라기보단 선임이나 담임선생님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의경대 가운데서도 분위기가 가장 유연한 곳이 바로 이번 사고가 발생한 ‘방범순찰대’다. 주로 관할 지역 내 주ㆍ야간 취약지역 순찰, 거점 근무 등 범죄 예방 임무를 수행한다. 경찰 업무를 보조하기 때문에 이들과의 접점도 크다.

특히 사무실에 파견된 의경의 경우 경찰 간부 등과 지내는 시간이 길어 상대적으로 규율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현직 경찰은 사무실 의경들을 “회사 막내 직원같은 존재, 혹은 삼촌과 조카같은 분위기”라고 표현했다. 그러다보니 서로 장난을 치는 일도 잦다.

지난해 12월 전역한 방순대 의경 출신 김모(24) 씨는 “신체적 접촉이 있는 장난은 드물어도 말 장난은 비일비재하다”며 “물론 일반화시킬 순 없지만 같이 운동도 하고, 식사도 하며 지내기 때문에 결코 딱딱한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의경들은 이번 사고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전역한 권모(25) 씨는 “아무리 장난이라도 실탄이 든 총을, 그것도 안전장치까지 풀어 겨누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라면서 “정상적인 사고에서 나올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를 단순 장난이 아닌 ‘가혹행위’에서 비롯된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사격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총구를 사람에게 향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하물며 공포탄으로도 사람이 다친 사례가 있는데, 장난으로라도 의경에게 총을 겨눈 것 자체가 심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의 허술한 실탄 관리가 이번 사건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사격 훈련 시 사격통제관이 개인별 실탄 지급 내역서를 작성해 이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게 규정이지만, 실제 현장에선 탄피 개수 대신 전체 무게를 재는 등 안일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허술한 관리는 자칫 일반인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큰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적잖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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