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출감소 자원수요 감소 유가등 원자재가격 하락 美 금리인상 앞두고 고민 日 1000조 추가예산 투입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일 공황(panic)상태다. 위기의 원인을 요약하면 ‘중국발(發) 디플레이션(deflation)’ 공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미 지난 11일 위안화 가치 급락 당시 이를 중국의 ‘디플레 수출’로 진단했다. 중국 경제의 부진과 숨겨진 부실이 성장과 물가의 발목을 잡았고, 이로 인한 위안화 약세가 전세계에 디플레 압력을 높이는 국면이다. 25일 중국 증시는 또다시 전일 대비 급락, 상해종합지수는 3000선이 위협받고 있다. 일본 니케이도 2%대 하락률을 보이고 있으며, 대만과 홍콩도 하락출발이다. 그나마 코스피와 코스닥은 대북 리스크 해소 덕분에 각각 보합세와 반등세로 시작했다.
최근 중국발 금융불안으로 전세계 주요자산가격은 모두 작년 말 대비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은 더 떨어져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대로 접어들었다. 대부분 작년 말 대비 높았던 주요국 증시도 중국발 악재로 급락,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주식은 인플레이션(inflation) 기대를 가장 잘 반영하는 자산이다. 2008년 금융위기는 자산 내 부실이 가격하락의 원인이었다. 이번에는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이 겹쳐 가격하락의 기대가 높아졌다.
오랜기간 양적완화를 유지해 온 선진국은 인플레를 고대하고 있지만 중국산 디플레가 인플레 기대를 삼키고 있다. 3차례 양적완화 끝에 간신히 경제를 살려낸 미국은 금리인상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고, 마이너스 금리에도 양적완화를 이어가고 있는 유럽은 역인플레의 위협에 직면했다. 일본도 막대한 정부 부채 부담을 감수하고 약 1000조원의 추가예산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신흥국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의 수요부진이 가져온 대(對) 중국 수출감소는 자원부국과 신흥국의 통화가치의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신흥국 자본의 상당부분을 차지해 온 외국인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자국입장에서 통화가치 하락은 물가상승 요인이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피투자국 화폐의 평가절하는 자산가치 하락 위협이다.
문제는 이번 중국발 위기가 새로운 형태여서 전혀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선진국들은 통화정책을 통해 부실을 메워 문제를 해결했다. 달러, 유로, 엔 등은 모두 국제결제 통화다. 발행국의 외환시장도 완전개방됐다. 반면 중국경제의 문제는 공급과잉과 자산시장의 부실이다. 시장개입이나 통화정책을 넘어 실물경제의 체질까지 바꿀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중국의 과잉과 부실의 대부분은 국영자산 또는 지방정부와 연계됐다. 구조조정으로 과잉을 해소하고, 재정으로 부실을 털어내야 한다. 가계의 고통과 재정의 출혈이 불가피하다. 공산당 독재인 중국의 권력구조에서는 체제 불안까지 각오해야 할 조치다. 외환시장 개방도 필요하다. 외국인 자금의 도움이나 투자 없이 중국 내부의 돈만으로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견디기 어렵다.
홍길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