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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김상수> 갈길 먼 정치개혁
‘You cannot scratch your own back(스스로 본인의 등을 긁을 수 없다)’.

한국 속담도 있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 동서고금의 일갈이다. 누구나 안다. 알면서 못 고치는 병이다. 생채기의 시늉 정도는 낼 수 있어도 정작 내 팔, 아니 내 손가락 하나 베어낼 각오는 독하디 독해야 한다.

국회가 정치개혁을 들고 나왔다. 정치인이 정치를 개혁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한 후 5개월. 도통 결과물이 없던 정개특위가 첫 성과를 내놨다. 의원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워낙 공분을 샀던 논란인 만큼 일견 난항 끝에 얻은 성과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치‘개혁(改革)’이란 말을 앞에 붙여보니 뭔가 민망하다. 정치개혁을 목표로 5개월간 격론을 벌인 끝에 내놓은 결과가 ‘현 상태 유지’다. 차라리 정치보수(保守)를 붙여야 할 성싶다.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아서 문제가 아니라 5개월이란 시간이 문제다. 애초 현실성이 희박한 안을 두고 5개월을 보냈다.

의원정수 논란은 시작에 불과하다.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남았다. 사실 이번 정치개혁의 주인공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공천권을,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을 희생해야 한다. 손가락 하나쯤 베어낼 각오가 필요하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이미 현실론에 부딪혔다. 명분은 좋지만, 현실에선 어렵다는 반발이다. 100%가 국민공천이 아닌 일정 부분 전략공천을 할당하는 중재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이미 정치권에서 왕왕 적용했던 방식이다. 새로울 건 없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현행보다 비례대표 수를 늘려야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역으로 지역구 의원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정개특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산거구획정위원회에 지역구ㆍ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위임하기로 했다. 최종 결정에 달렸지만, 비례대표 수가 늘지 않는 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차기 정치개혁을 기약해야 할 운명이다. 결국 모두 불투명하다. 대략 모양새는 갖출 수 있어도 정치개혁 취지완 어울리지 않는다. 중이 제 머리를 깎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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