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의료기기 R&D 리포트] 환자 맞춤형 첨단 의료기기 개발…병원·기업이 손잡다

산업부, 상시협력 R&D시스템 구축…5개 지정병원에 연구개발실 설치
상용화까지 임상시험 등 공동작업



미국의 A기업은 B병원과 R&D 초기 단계부터 긴밀하게 협력하여 수술 장비 개발에 성공하면서 70~100억 가량의 의료기기를 시장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일본 온도계 생산업체 C회사는 의사와 공동 작업을 통해 매출액을 4조원으로 끌어올리면서, 종합의료기기업체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기업과 병원이 손잡고, 시장이 원하는 의료기기 생산에 성공하면서 병원과 기업은 물론 나라 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고품질의 저렴한 국산 의료기기 개발로 인해 자국민의 의료비 절감이라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대부분 병원에서 해외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임상현장에서 필요한 의료기기 아이디어는 많지만 시간과 비용 등의 문제로 상품화단계까지 가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은 우리 의료업계 사정을 생각한다면 해외 사례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형 의료기기 산업의 성공사례 발굴을 위해 병원·기업 간 상시협력 R&D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DGMIF)가 중심이 되어, 각 병원의 R&D 플랫폼 운영지원 및 공통 플랫폼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기술교류 및 협력 세미나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2014년에 분당서울대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 의료기기 R&D 지정병원으로 선정됐고, 올해는 서울대치과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추가로 지정됐다. 이번 사업 수행을 통해 병원과 의료기기 기업은 연구개발 초기단계부터 임상시험까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병원은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어 제시, 연구개발 인프라 제공, 임상시험, 개발제품에 대한 컨설팅 등의 역할을 한다. 기업은 병원에 설치된 상시협력 연구개발실에서 병원과 공동 연구를 실시하고 시제품 제작, 사업화, 마케팅 등에 나선다.

의료기기 분야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환자 진료와 임상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그동안 국내 병원은 진료 위주의 경영으로 의료기기 분야에서 기업과 공동으로 R&D 등의 협력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 기업은 의료기기 개발 단계에서 자문해 줄 병원을 찾지 못한 채 독자적으로 개발에 나섰지만, 개발 제품이 수요자인 의사의 요구와 거리가 발생하면서 결국 재개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낭비한 셈이고, 국가 입장에서도 이는 대단한 경제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병원과 기업이 R&D 착수 단계부터 아이디어 교류, 컨설팅까지 전 과정에서 협력을 통해 의료기기의 신시장을 창출하는 등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우리도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가 적극 나섰다. 한국형 의료기기 성공 모델의 발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산업부는 ‘의료기기산업 중장기 발전방안’ 과제 중 하나로 ‘병원-의료기기 기업 상시연계 협력 시스템’을 추진하게 됐다. 병원-기업 공동 연구개발을 위해 병원 내 의료기기 연구개발 지원실을 설치하고, 이곳에서 의사와 연구인력 등으로 전문가팀을 구성해 기업과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병원은 기업의 개발제품 임상시험, 제품 테스트 등 다양한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시 연계 R&D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2016년까지 10위권 내로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다. 병원의 임상경험, 아이디어와 기업의 연구개발, 사업화가 긴밀하게 연계되어, 한국형 의료기기 성공사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더불어 병원은 병원이 보유한 지적재산권의 사업화 등을 통해 진료 이외의 수입원을 발굴하고, 기업은 병원과의 연계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전 세계적 흐름인 고령화 사회에도 발맞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 속에 의료기기 산업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과 기업이 협력하여 국산 명품 의료기기를 개발한다면 국내 수요 뿐 아니라 해외로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불과 20, 30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우리나라 제품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해외에 나가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휴대전화나 자동차는 이제 해외 유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며 전 세계인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고품질에 합리적인 가격, 현지인의 기호에 맞춘 디자인 등이 우리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는 이유로 꼽힐 것이다. 우리의 의료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제품을 만드는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의료기기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의료진이 원하는 의료기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과 병원 간 협력이 절실하다. 수요자가 원하는 것을 알아야 그에 맞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추진하고 있는 ‘병원-기업 연계형 R&D 플랫폼 개발 및 의료기기 개발 사업’이 더욱 활성화 되어야 할 이유다. 산업부를 중심으로 산·학·연·병이 긴밀한 협력하여 국내 의료기기 시장을 활성화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나아가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도 굳건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정환 기자/lee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