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김현일 기자] 20여년 만에 새 수장을 뽑는 FIFA(국제축구연맹) 회장 선거에 정몽준(63)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17일 공식 출마선언을 하면서 본격적인 레이스가 막을 올렸다.

[슈퍼리치] FIFA 회장 선거, ‘韓 재벌vs중동 왕족’ 구도

정몽준 명예회장 외에도 이미 프랑스의 미셸 플라티니(Michel Platiniㆍ60) 유럽축구연맹 회장과 요르단의 알리 빈 알 후세인(Ali bin Al Husseinㆍ39) 서아시아축구연맹 회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일단 플라티니 회장 쪽으로 무게가 쏠려 있는 가운데 정 회장과 알리 회장이 플라티니 회장을 견제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FIFA 회장 선거는 한국 부호와 중동 왕족 간의 힘겨루기 양상을 띠고 있기도 하다.

[슈퍼리치] FIFA 회장 선거, ‘韓 재벌vs중동 왕족’ 구도

먼저 정 명예회장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이자 한국의 억만장자 중 한 명이다. 포브스가 집계한 그의 자산만 11억5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3600억원에 달한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중 가장 자산이 많다. CNN과 가디언 등 주요 외신도 정 명예회장을 ‘한국의 억만장자’, ‘전직 국회의원’으로 소개했다.

반면, 정 명예회장이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히는 플라티니 회장은 유벤투스FC와 AS생테티엔, AS낭시 등에서 15년간 프로생활을 한 축구선수 출신이다. 자산은 1500만 달러(약 180억원)로 평가된다. 정 회장 자산의 약 1/100 수준이다. 하지만 그의 뒤엔 중동의 왕족이 버티고 있다. 바로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다. 살만 회장은 현 바레인 국왕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와는 사촌지간이다. 포브스가 201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마드 국왕의 개인 자산은 55억 달러(약 6조5000억원)로 평가된다.

[슈퍼리치] FIFA 회장 선거, ‘韓 재벌vs중동 왕족’ 구도

살만 회장은 “FIFA를 안정적이고 매끄럽게 정상화할 수 있는 후보”라며 이미 플라티니 지지를 표명한 상태다. 물론 어디까지나 살만 회장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시아 축구의 수장이 유럽 출신의 후보를 밀고 있다는 점은 정 명예회장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또 한 명의 후보 알리 서아시아축구연맹 회장은 요르단 왕자다. 그의 이복 형은 압둘라 2세 현 요르단 국왕이다. 압둘라 2세 국왕은 개인 자산이 최소 7억5000만 달러(약 8100억원)로 추산된다.

[슈퍼리치] FIFA 회장 선거, ‘韓 재벌vs중동 왕족’ 구도

FIFA 부회장도 맡고 있는 알리 왕자는 지난 5월 회장 선거에 나서 제프 블라터와 경합 끝에 패한 바 있다. 당시 플라티니 회장과 ‘반 블라터’ 진영을 구축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플라니티 회장에 대해 “FIFA 회장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역시 이번에도 회장 선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알리 왕자는 지난 2011년 정몽준 명예회장과 FIFA 부회장직을 놓고 격돌해 이긴 전력이 있다. 이로 인해 정 명예회장은 16년 만에 부회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정 명예회장은 당시 ‘중동 국가들의 단합’을 주요 패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당시 알리 왕자가 중동 국가를 하나로 묶은 뒤 강력한 ‘오일 머니’를 앞세워 표를 대거 휩쓸어왔다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만약 알리 왕자가 이번 선거에도 출마한다면 5년 만에 FIFA 회장직을 놓고 정 명예회장과 알리 왕자 간의 리턴 매치가 벌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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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현재 축구계에서 중동 왕가가 휘두르는 ‘머니파워’는 결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이는 2022년 월드컵 유치전에서 카타르가 깜짝 승리를 한 데서 이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FIFA 회장 선거 역시 정 명예회장으로선 중동 왕족의 지원을 등에 업은 후보들과의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