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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댁에서 제 신장을 원해요” 며느리의 고민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신부전증으로 투석 중인 시어머니의 적합성 검사에서 적정 판정을 받은 며느리의 하소연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한 사이트에는 ‘시댁에서 제 신장을 원해요’라는 다소 과격한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고민을 말할 곳이 없다”고 운을 떼며 “신부전증으로 투석 중인 시어머니를 위해 온 가족이 적합성 검사를 받았는데, 혈액교차테스트에서 적합판정이 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30대 초반의 결혼 1년 차로, 2세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그는 “내 신장을 이식하면 환자 부담도 덜하고 뇌사자 기증이 아닌 생체이식이라 예후도 더 좋다”면서도 “진짜 속 보이는 것 같지만, 눈앞이 깜깜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남편 입장에선 모두 소중하기 때문에 결정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글쓴이도 고등학생 시절 모친이 돌아갔기 때문에 엄마를 잃는 슬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밝혔죠.

문제는 신장이식 이후였습니다. 신장이식을 하면 공여자 부작용과 더불어 불임 가능성이 커진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죠. 그는 “내가 만약 아이가 있고 돌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컸다면 고민은 덜 했을 것”이라면서 “현재는 정말 건강하고 예쁜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이해에도 가족 간의 고민은 계속됐습니다. 손위 시누인 형님은 펑펑 울면서 “엄마 좀 살려달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리면서도 아이를 위해서 자신의 신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그는 ”친엄마였다면 딸이 불임이 될까 봐 안 받을 것 같다고 말했더니 형님의 욕설이 시작됐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신부전증은 신장이 심한 손상을 입어 생명 유지가 어려운 상태를 말합니다. 혈액 투석이나 복막 투석이 지속해서 이뤄지거나 신장을 이식해야 하는 상황을 뜻하죠.

공여자의 경우엔 적출술이 아닌 복강 내에서 주로 이뤄져 장기 손상이 없어 회복이 빠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작용의 우려도 남아 있습니다. 간단한 예로 두 개의 신장이 하나가 되면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죠. 공여자 역시 기증을 받은 환자와 똑같은 생활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신장이식 후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신장감염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의 경우엔 신장이식 후 대부분이 정상적인 임신이 가능하지만, 체질 변화로 인한 불임 가능성은 남습니다. 일부 공여자들에게 나타나는 임신중독증과 조산, 저체중아 등의 우려를 눈감기에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당연합니다.

수술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심리는 지극히 정상입니다. 상남자라고 불리는 가수 김창렬도 “어머니의 암 투병에 간 이식을 주저했다는 자신을 지우고 싶다”고 고백했을 정도니까요. 당사자가 아닌 이상 공포의 크기를 가늠하기란 어렵다는 의미죠. 네티즌들도 되레 며느리를 탓하기보다 “시어머니를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누구보다 선하다”고 입을 모았으니까요.

현대 의료기술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생명과 출산에 직결될 수 있는 문제는 본인 외에는 누구도 결정하지 못합니다. 이기심이나 배타심, 정의감과는 다른 접근이죠. 글쓴이의 하소연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까닭에 네티즌들이 안타까워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따라서 네티즌의 과격한 댓글에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네티즌들은 최초 글쓴이가 기증한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지적하면서도 본인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누구나 혈육관계 여부를 떠나 자신 스스로가 가장 행복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며 “자신의 일생이 불행할 수 있다면 거절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어 “가정의 행복이란 결코 구성원 그 누구도 희생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란 사실을 꼭 생각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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