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들에게 “흔들림없이 위기 헤쳐 나가자”
파악 안된 신 총괄회장 의중 등 불씨 남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장자의 난’을 하루만에 진압한 후 ‘원 롯데=신동빈’ 체제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변수로 거론된 광윤사의 지분도 확보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경영권 반란을 일으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쿠데타를 누르고, 새로운 한ㆍ일롯데 리더십을 펼칠 반전을 거머쥐었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28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격호 회장을 대표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이에 따라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격호, 신동빈, 쓰쿠다 다카유키 3인 각자대표 체제에서 신동빈, 쓰쿠다 다카유키 2인 각자 체제로 변경됐다.
재계 역시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의 쿠데타를 막아낸 신동빈 회장의 ‘롯데 원톱 체제’가 굳혀졌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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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롯데복지재단 신영자 이사장(맨 왼쪽)이 28일 오후 휠체어에 탄 신 총괄회장과 함께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장사진을 이룬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연합뉴스] |
▶일일천하로 끝난 쿠데타…신동빈 ‘원톱 체제’ 가속화=이번 사태는 신격호 회장이 지난 27일 신 전 부회장과 친족들이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시작됐다. 신 전 부회장과 신영자 이사장 등 일부 친족들이 고령인 신격호 회장을 일본으로 비밀리에 데려가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부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 6명에 대한 해임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신 회장은 이에 신격호 회장의 이사 해임 결정은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 결정이라며 28일 오전 일본 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결국 ‘형제의 난’은 동생 신 회장의 반격으로 일일천하로 끝났다.
이후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이날 저녁 7시에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등기임원과 집행임원 10여명은 함께 모여 굳건한 체제를 재확인하는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고령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모시고 무리한 일정을 잡았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임원들에게 “흔들림없이 위기를 헤쳐나가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향후 경영 행보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신 총괄 회장의 향후 지위와 관련해 한국 롯데그룹 측은 “신 총괄회장의 한국 롯데에서의 지위는 변화가 없다”며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주요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신 회장이 주도권을 확실히 쥐었지만, 불씨가 남아 후계경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국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경영체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 회장의 한국과 일본의 롯데 통합 경영엔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고 했다.
▶광윤사 지분도 신동빈의 우호지분?=일각의 전망대로 경영권 다툼의 불씨는 완전히 꺼진 상태는 아니다.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파악되지 않았고 일본 롯데홀딩스 내 지분도 두 형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 회장이 일본 롯데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분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 지분’이 필요하다. 광윤사는 포장재를 만드는 일본의 작은 회사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국내 계열사’로 요약된다. 특히 광윤사는 일본 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의 지분 27.6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뿐 아니라 한국 롯데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도 5.45% 보유하고 있다. 현재 신 총괄회장이 지분 3%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동주ㆍ동빈 형제의 지분도 똑같이 29%씩 갖고 있다.
하지만 광윤사 역시 신 회장이 장악한 것으로 파악된다. 12%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사주’가 현재 신 회장의 지지 세력으로 알려졌다. 또 재계 안팎에서는 광윤사 이사들도 이미 신 회장의 편에 섰다는 얘기가 나온다.
광윤사만큼 주목받고 있는 곳은 또 있다. 신 총괄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L투자회사다. L투자회사는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가지고 있으며 롯데알미늄과 롯데리아, 롯데푸드 등 기타 계열사의 주주 명단에도 올라있다.
롯데 관계자는 “지분 구조가 복잡하긴 하지만, 신동빈체제를 위협할만한 요소는 없다고 본다”며 “경영권 다툼으로 비쳐져 국민께는 죄송하지만, 일이 잘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정환 기자/atto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