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미국과 중국의 경제협력은 세계화를 이끌어내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미국의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은 마치 불에 기름을 붓듯 중국수출을 증폭시켰고, 중국의 잉여 노동력은 불에 지속적으로 땔감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했다.
다만 세계무역 확대와 경제성장에 기여한 이런 역학관계는 선진국의 과도한 부채 및 중국의 비효율적 투자와 같은 부작용을 남겼다.
또한 미국은 중국이 절하된 환율과 인위적으로 낮추어진 생산요소 가격으로 경쟁력을 유지했다고 비판한 반면, 중국은 미국의 지나친 확장정책과 중국의 대미 투자에 대한 과도한 제재에 불만을 나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국은 이제 제2라운드의 협력을 준비 중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은 앞으로 20년간 높은 수준의 개방, 국제 표준화, 공정경쟁에 근거한 협력을 통한 형평성을 실현해야 한다고 나섰다. 즉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 Pacific Partnership),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과 같은 새로운 메가 FTA를 도입함으로써 더 이상 신흥국들이 불투명한 관행, 또는 국가적 차원의 혜택이나 보조금 등 불공정한 경쟁을 통해 혜택 보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자국의 높은 실업률과 부채 등의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더 이상 이런 불균형적 무역을 용납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신개념의 경제협력을 제시하고 주변국, 특히 개도국들과 신흥국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주창한 중국 중심의 아시아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경제개발 방식을 주변국에 확산하여 윈-윈 상황을 만들고자 하는 전략이다.
중국 역내 투자의 한계생산가치가 낮아짐에 따라 이 재원을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 투입하여 수여국가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자국의 수익률을 높이고 잉여건설역량도 활용하겠다는 방안이다.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는 중국서부를 거쳐 카자흐스탄, 우베키스탄, 터키를 거쳐 유럽을 통과한 후 독일, 이탈리아까지 이어지는 육상루트(도로와 철도)와 중국남부,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를 거쳐 이탈리아, 베니스 등 유럽 심장부로 이어지는 해상루트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중국은 글로벌 가치사슬 기반과 무역교역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AIIB와 같은 국제금융기구를 통해 일대일로의 재원조달을 다변화하여 잠재 리스크를 다변화하고 수여국가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발상이다.
우리는 제1라운드에서 세계무역성장을 통해, 그리고 중국이라는 생산기지 활용을 통해 많은 혜택을 누렸다. 제2라운드에서도 우리는 양국의 전략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규제, 기업환경 및 노동시장 등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비효율성을 해소하기 위해 선진국에서 주도하는 TPP에 참여함으로써 국내 경제구조 개혁을 이룩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에 우리의 전략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결합시켜 해외 건설 수주와 지속적인 글로벌 가치사슬 확대 등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TPP와 같은 높은 수준의 요구사항을 단시일에 맞출 수 없다. 미국 역시 일대일로와 같은 막대한 재원을 활용하여 투자 중심의 협력정책에 참여할 여력이 없는 상태이다. 다만 선진국들이 주장하는 ‘형평성에 의거한 공정한 경쟁’은 앞으로 모든 국가들이 지향해야 할 목표이다.
모든 국가들이 이런 국제 표준 및 규범을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와 같이 개발의 한계를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정책이 맞물리게 될 때 세계 경제는 다시 한 번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심에서 한국과 같이 양쪽 전략을 먼저 도입한 국가들이 가장 큰 혜택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