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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세훈 파기환송심이 여느 사례와 다른 이유…선거법위반죄 아직 몰라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원세훈<사진> 전 국가정보원장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원 전 원장 측은 파기환송심을 통해 무죄가 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일반적인 파기환송 결정때와는 달리 유ㆍ무죄 판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세훈 전 원장은 운명은 어떻게 될지 단언하기 어렵다. 모든 증거가 부인되지 않았고 검찰 측은 “유죄 입증할 자신이 있다”면서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 유죄 판단의 핵심 증거로 삼은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이메일 계정에서 발견한 전자문서 2건(425지논, 시큐리티)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두 파일에 출처가 불분명한 기사와 트위터 글, 계정 등이 담겨있고, 김씨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정보도 있다”며 “심리전단 업무 활동을 위해 통상적으로 작성, 사용되는 문서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업무상 서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됐다”고 했다.


원심에서 증거로 채택된 27만건의 인터넷 게시글 및 트윗과 리트윗 중 16만건에 대한 증거 능력을 부정한 것이다. 이들 파일은 이른바 ‘댓글 공작’을 벌이도록 하는 지침서류이기 때문에 선거법위반죄를 입증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선거법 혐의에 대해 유ㆍ무죄 판단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두 파일의 증거능력이 부인돼 정치관여 및 선거개입에 대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이버 활동의 범위가 유지될 수 없게 됐다”며 “검사와 피고인들의 주장과 증명에 따라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의 범위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법률심인 상고심이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이 정치관여 및 선거운동에 해당되는지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에서 통상 사실 관계를 살피고, 그 뒤에 법 적용과 형량 등을 따지는 순서에 비춰 봤을 때, 이번에 대법원은 첫 단계를 문제삼은 것이지 유무죄와 양형이라는 최종단계를 판단하지 않았다. 하급심에서 사실관계부터 다시 정립해 유ㆍ무죄 여부 및 형량 등을 새로 판단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11만건을 두고 선거법위반죄를 구성하든,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정립하면서 27만건 모두 증거능력이 있는 것으로 재구성하든, 두 경우 모두 원 전 원장에게 결코 유리한 상황은 아닌 것이다. 보통은 “파기 환송이라고?, 그럼 무죄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 원세훈 건은 예외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유죄확정의 위기에서 크게 한숨을 돌린 것은 사실이다. 원 전 원장 변호인 이동명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결 직후 “항소심이 잘못됐다는 판결인 만큼 나쁘지 않다”며 “무죄가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대법 판결에 대해 섭섭하지만 납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검찰 측은 결의를 다졌다. 대법원에서 모든 증거의 증거 능력을 부정하지는 않은 만큼, 27만건에 대해 필요한 보완사항을 강구해보면서도, 최소한 11만건의 증거를 이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이끌어 보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판결문을 면밀하게 분석한 뒤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1심은 원 전 원장이 정치에는 개입했지만 선거에는 개입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며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봐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원 전 원장을 법정 구속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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