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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코뿔소 뿔도 3D프린트로’...밀렵 막는 ‘그린 스타트업’
-기술 발달로 자연 보호 방법 진화...빌게이츠, 리카싱도 동물 보호 위한 ‘가짜 고기’스타트업 투자
-3D프린터로 멸종 위기 코뿔소 뿔 만들어 밀렵 막고, 드론으로 야생 생태계 감시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민상식ㆍ김현일 기자]세계 최고 부호 빌 게이츠와 홍콩 부동산 부호 리카싱, 그리고 구글이 동시에 투자한 스타트업. 창업 후 만 3년이 지난 이 회사가 지금까지 모은 투자금은 7500만달러(한화 855억원)에 이른다.

지구상 손꼽히는 부호들이 너도나도 투자를 결정한 곳은 60대 교수가 세운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다. 스탠퍼드대학에서 생화학을 가르치던 패트릭 브라운은 나이 60세에 가짜 육류를 만드는 회사를 세웠다.

그간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회사는 여러 곳 있었지만, 임파서블 푸드는 조금 더 특별하다는 평가다. 쇠고기 특유의 육즙을 재현해냈기 때문이다. 헤모글로빈 분자를 이용해 붉은 피 속에 함유된 미세한 금속성 맛을 구현해냈다. 스테이크를 구었을 때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실제 임파서블 푸드의 햄버거 패티는 고기 사이사이 육즙이 고여있어 보기에도 느끼기에도 맛에서도 실제와 구분이 어렵다.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이 감탄해 홍콩에서 이 회사 햄버거 시식회를 열 정도였다. 임파서블 푸드는 쇠고기뿐 아니라 돼지고기, 양고기, 우유로까지 ‘가짜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 부호들이 단순히 ‘맛 내는 기술’에 감탄해 이 회사에 지갑을 연 것은 아니다. 빌 게이츠는 끊임없이 미래 먹을거리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전 세계인의 육류 소비를 줄여 건강을 증진하고 동시에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자연과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산업혁명 이후부터 자본가들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달라진 것은 방법이다. 낙후된 지역에 물과 에너지를 공급하고 망가진 생태계 복원을 위해 각종 캠페인을 벌이던 것에서 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의 ‘자연보호’ 방법의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 디딤돌이 된 것은 정보통신을 비롯한 기술의 발달이다.
불가능으로만 느껴졌던 ‘가짜 고기’는 그 시발점이다. 최근엔 3D프린터를 이용한 가짜 코뿔소 뿔도 나왔다. 3D프린터는 2D프린터에서 쓰이는 잉크 대신 여러 소재를 활용해 적층 방식으로 쌓아 입체적 구조물을 출력한다. 3차원 도면을 바탕으로 플라스틱에서 나무나 금속제품까지 출력 가능하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던 매튜 마커스와 생화학자 조지 보나시는 올해 1월 3D 프린터로 흰 코뿔소 뿔을 만드는 회사 ‘펨비언트(Pembient)’를 만들었다. 진짜와 똑같은 코뿔소 뿔을 만들어 팔면 코뿔소 밀렵이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들은 의기투합했다. 코뿔소는 2025년이면 지구상 멸종이 예상되는 동물로, 특히 흰 코뿔소는 전 세계 5마리밖에 남아있지 않다. 코뿔소 뿔은 개당 최대 6만~10만달러에 거래되면서 주요 밀렵 대상 동물이기도 하다.

이들은 ‘진짜와 똑같은 가짜 뿔’을 만들기 위해 코뿔소 뿔의 성분인 케라틴과 섬유 담백질을 3D프린터에 넣어 출력했다. 그 결과, 유전학적으로나 성분에서도 동일한 인조 코뿔소 뿔 제조에 성공했다.

마커스 CEO는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암시장 거래 가격의 8분의 1로 똑같은 인조 뿔을 살 수 있다”면서 밀렵 감소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그는 또 “조사 결과, 코뿔소 뿔 이용자 가운데 45%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뿔을 이용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물소 뿔로 대체하겠다는 응답은 1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아예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인조 뿔이 각종 살충제에 오염된 야생의 코뿔소 뿔보다 더 순수한 성분을 지니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마커스와 보나시는 앞으로 흰 코뿔소 외에 아프리카 코뿔소의 다수를 차지하는 검은 코뿔소의 뿔 생산과 더불어 사슴 등 타 동물의 뿔 역시 제조에 나설 계획이다.

3D프린터와 더불어 최근 각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무인항공기 드론 역시 생태계 보호에 쓰이고 있다.

세계 최대 비영리 환경보전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ㆍWorld Wild Fund for Nature)은 2012년 네팔에서 드론을 활용한 데 이어, 남아프리카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환경 보호에 나섰다. 주요 임무는 역시 코끼리와 코뿔소 밀렵 행위 감시다. WWF는 앞서 2013년에는 케냐의 코뿔소 약 1000마리의 뿔에 위치추적장치(GPS)를 삽입하고, 코끼리 상아에도 위치 추적이 가능한 마이크로 칩을 심은 바 있다. WWF의 최대 기부자는 세계 2위 부호인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자산 718억 달러)이다.

앞서 밝힌 3D프린터와 드론이 합작된 프로젝트도 눈에 띈다. 야생동물보호 무인항공기 프로젝트(WCUAVC, Wildlife Conservation Unmanned Aerial Vehicle Challenge)는 남아프리카 밀렵을 막기 위해 진행되는 것으로 29개국 139개 팀이 참가했다. 프로젝트 팀들은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 남아프리카의 기후와 환경에 맞는 감시용 드론을 3000달러 미만의 가격에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 역시 IT 구루(guru)답게 자연보호 활동을 위한 연구 지원에 적극적이다. 그는 ‘세계 동물 건강 연구소’ 건립 기금으로 워싱턴주립대학에 2600만달러를 건넨 데 이어 주로, 동물 관련 연구를 위해 기부하곤 했다.

7월 첫주에는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한 상어 다큐멘터리를 보고, 400만달러를 바다 생태계 연구기관에 기부했다. ‘글로벌 핀프린트 이니셔티브(Global FinPrint initiative)’라 불리는 이 기관은 400개가 넘는 지역에서 상어와 가오리를 비롯한 바다 생태계를 조사하고 연구한다. 앨런은 지금껏 20억달러가 넘는 기금을 ‘과학과 기술, 교육, 자연보호, 예술과 지역사회 향상’을 위해 기부해왔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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