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수입차 업계가 소형차종 출시를 늘리며 2030 고객 잡기에 발벗고 나섰다. ‘수입차=4050세대=중대형 세단’이라는 공식도 무너진지 오래다. 이미 폭스바겐 소형 해치백 ‘골프’ 구매 고객중 2030 비중은 67%(골프 2.0 TDI, 6월 판매량 기준)이고, 심지어 ‘회장님차’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메르세데스-벤츠도 빠르게 젊은층으로 타깃을 확대중이다.
올 하반기 수입차 업계엔 유독 소형급 차종의 출시가 줄잇는다. 벤츠는 지난 8일 소형 해치백 모델 B클래스 신형을 공개했고, BMW는 오는 9월 준중형 세단 3시리즈의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 출시한다. 뒤이어 BMW 소형 SUV인 X1의 완전변경 모델도 11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앞서 아우디는 소형차 A1을 국내 출시했고, 오는 11월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A3-이트론을 공개한다. 하반기 출시 차량 대다수가 2030 젊은층을 주 타깃으로 하는 모델이다.
1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BMW 320d 같은 모델은 20대 15.8%, 30대 54%로 전체구매자 중 2030이 70%(6월 개인구매 고객기준)에 달한다. 520d의 2030 비중이 30%대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젊은차’인 셈. 9월 신형 모델이 공개되면 수요는 더 뛸 것으로 예상된다. 엔트리급 SUV인 X1도 마찬가지로 주 타깃이 운전을 즐기는 젊은층이다.
고급차 위주로 국산차의 점유율을 빼앗아온 수입차가 소형차 전략으로 2030까지 발을 넓히면, 안방 시장에서 국산차의 위기가 가중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동안 현실적으로 돈이 없어서 수입차 구매에 어려움을 겪어온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저렴한 소형차로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산차도 이에 대한 다양한 대비책으로 안방 수성에 나섰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출시 신차에 젊은 취향을 대폭 반영한다. 수입차가 소형차로 젊은층 잡기에 나선다면, 현대기아차는 오히려 급을 높혀 중형차종에서 성능과 드라이빙 재미를 중시하는 젊은층 공략 모델을 추가하는 전략이다.
대표 중형세단인 쏘나타는 최신 트렌드에 맞게 다운사이징 터보엔진을 장착한 ‘쏘나타 1.6 터보’를 출시했고, 15일 출시 예정인 신형 K5는 스포츠 모델인 SX(SPORTY EXTREME)를 따로 출시해 젊은층 잡기에 나선다. SX 모델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강조한 범퍼 라인의 역동적 이미지가 특징이다. K5는 또 모바일 활동을 즐기는 젊은이들 취향에 맞춰 휴대폰 무선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젊은 감각을 더했다. 그러면서도 가격을 기존 대비 최대 170만원까지 낮추며 가격경쟁력을 올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젊은층 대표 엔트리카 아반떼의 완전 변경 모델도 하반기 공개되며, 5년만에 변경되는 신형 준중형 SUV 스포티지도 3분기에 공개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아반떼에 대해 “현대차가 최근 주행감성을 높이는데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신형 아반떼 역시 유럽차에 버금가는 역동적인 주행감으로 젊은층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GM도 신형 스파크를 비롯해 소형 SUV 트랙스 디젤, 준대형 세단 임팔라 등 신차 출시 전략으로 맞선다.
최근 티볼리 디젤 모델을 출시하고 2030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는 쌍용차도 곳곳에 젊은층을 위한 견인책을 마련해놨다. 대표적으로 카본 아웃사이드 미러 커버나 알로이 스포츠 페달, 스포일러 등의 아이템을 따로 구매해 차량을 꾸밀 수 있도록 하는 등 젊은층의 개성을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