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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의 비극’…왠지 제발이 저리는 이유

그리스 고임금·과잉복지 후유증
미래 생각 안한 포퓰리즘 결과

한국도, 실업·가곗빚 위험선
당장 개혁 안하면 미래 불보듯
정쟁 여전…추경통과도 미지수


그리스 사태가 호전은커녕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채권단의 긴축재정 요구가 국민투표로 무산되면서 사실상 파국을 의미하는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탈퇴)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선진국가도 부실 기업처럼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리스 사태는 매우 교훈적이다. 한때 국민소득 5만 달러를 자랑하던 이 나라 비극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치와 저급한 지도자들이 낳은 과잉복지에서 싹텄다. 표를 의식해 무분별한 복지를 양산하면서 나라 곳간은 거덜 났고 실업자는 거리에 넘쳐났다.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기보다 오히려 임금인상에다 연금 타령에 급급했다. 달콤한 복지에 중독된 시민들은 국가재건을 끝내 외면했고, 일자리를 얻지 못한 ‘앵그리영’들은 긴축재정 반대에 표를 몰아줬다.

결국 정부와 국민이 오늘의 사태를 자초한 꼴이다. 보다 분명해진 것은 그 어느 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경제전문가들이 국정 전반에 대한 일대점검과 고강도 개혁을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기사 3·4면

Customers, right, wait to withdraw cash from an automated teller machine (ATM) while pensioners queue at the entrance to a National Bank of Greece SA bank branch in Thessaloniki, Greece, on Monday, July 6, 2015. European stocks dropped and the euro weakened as Greek voters' rejection of austerity sent investors to the relative safety of Treasuries, German bunds and the yen. Photographer: Konstantinos Tsakalidis/Bloomberg
그리스의 은행 예금자들이 6일(현지시간) 은행의 현금인출기(ATM) 앞에서 돈을 찾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전날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긴축안을 거부하는 결정이 나온 가운데 그리스 정부는 당초 6일까지였던 은행 영업 중단과 ATM 출금 제한(하루 60유로) 등의 자본통제 조치를 8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테살로니키(그리스)=블룸버그 연합뉴스]

실제로 산적한 국정현안을 보면 불안이 가시질 않는다. 청년실업도, 가계부채도 위험수위를 넘나든지 오래다. 국정 중심축으로 여긴 노사정 대타협이 좌초되면서 공무원 연금을 제외한 주요 개혁과제는 지지부진하다. 정치권은 당리당략도 모자라 자중지란을 일삼는다. 소모적인 정쟁과 갈등이 국정 우선순위마저 뒤흔들면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이들을 국민들이 되레 나무라고 걱정하는 우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 사태 여파가 예상을 뛰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6일 코스피 지수는 3년 만에 최대치로 주저앉았다.

같은 날 국회는 악화 여론을 의식한 여당이 단독으로 민생법안 몇 개를 서둘러 처리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야당은 날치기라며 추가경정예산안이 걸린 막중한 7월 임시국회에서 일전을 벼른다. 가뭄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짜낸 추경안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이제 국민이 정치를 버릴 차례다.

국가경제 회복 여부는 전적으로 이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인저리타임’까지 허비한다면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스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던 기획재정부가 6일 부랴부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 수립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금융부문 등 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이럴 수록 개혁의 고삐를 바짝 조이라고 주문한다.

황해창ㆍ배문숙ㆍ원승일 기자/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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