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로 낙인이 찍힌채 물러날 수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나오자 최고위원회의의 사퇴권유도 물거품이 됐다. 유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왜 사퇴를 거론하느냐면서 형식논리까지 폈다. 자신은 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된만큼 거취는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될 수 있다는 논리다.
박근혜 대통령의 뜻에 따라 유 원내대표를 몰아치고 있는 친박계 의원들에 반발하고 있는 비박계 의원들은 내심 의원총회를 통한 표대결을 기대하는 눈치도 보인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를 의원총회에 올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아 보인다. 표 대결로 가면 당내 세력이 정면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당내 갈등은 치유 불능상태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김무성 대표도 30일 출근길에서 취재진이 ‘당에서 의총을 요구한다’고 묻자, “우리 정치인들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세력대결이나 정면충돌 같은 것으로 가면 안 된다. 정치적 절충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 지금은 (의총을 열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유 원내대표도 우리나라의 중요한 정치 지도자 중 한분인데, 본인의 생각과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본의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유 원내대표 압박을 주도하고 있는 김태흠 의원도 “의원총회에서 표 대결로 가면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니 의총을 열어서 찬반이 나오면 더 분란만 초래할 수 있다”며 “참고 차원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볼 순 있지만 (표 대결로 가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앞서 새누리당 재선 의원 20명은 공동 성명에서 “당이 의총을 통해 당청 화합을 강력히 주문했고 당 지도부도 원내대표의 사과를 비롯, 앞으로의 긴밀한 협의를 약속했다”며 “이런 의총 결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선 이를 무색케 하며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해 당내 분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친박계의 유 원내대표 사퇴 요구를 비판했다.
청와대 역시 의총에서의 세대결에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친박과 비박간 정면대결 양상으로 전개될게 뻔한 상황에서 의원총회는 당내 영향력을 약화시켜 집권 3년차를 맞은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대통령과 맞서는 모양새가 역설적이게도 유 원내대표의 정치적 자산을 키우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날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 유 원내대표는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지난달에 비해 두 계단 상승한 4위를 기록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패배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자기만의 정체성과 스타일을 만들어왔다. 유 원내대표의 홀로서기 시도는 지난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모습을 드러냈고, 유 원내대표의 ‘자기 정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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