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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틱톡> ‘거부권 폭탄’ 맞았지만…아픈 만큼 단단해질 유승민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박 대통령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대통령께서도 저희에게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송곳 비판을 받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자존심을 구기며 청와대를 향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이뤄진 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인 나와 청와대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당 소속 의원들이) 걱정도 하고 질책도 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몸을 낮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머리 숙여 사과했다.

지난 2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청와대와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이주영 의원을 꺾으며 화려하게 집권여당 원내 사령탑으로 취임했던 올 초와 비교했을 때 정치인으로서 자존심을 한없이 구긴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거부권 파동이 ‘정치인’ 유승민의 브랜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비록 비판이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자신의 대척점에 있는 선 정치인으로 언급된 것 자체가 무게감을 높이는 기회가 됐다는 논리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때 아닌 ‘유승민’이 오랜 시간 상위권에 랭크됐다. 메르스 부실 대응, 경기침체 등으로 국정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반대 여론이 “유승민이 누구지”라며 그를 주목하는 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여기에 유 원내대표가 최고 권력자인 박 대통령으로부터 공격받았다는 동정여론이 확산될 경우 ‘언더독’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지난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밝힌 ‘신보수’의 기치에 공감하는 중도세력의 호응까지 더해진다면 유 원내대표의 몸값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박 대통령이 비록 비판적이었지만 유 원내대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도리어 그동안 뚜렷한 정치적 모멘텀이 없었던 유 원대대표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효과가 있다”며 “현 정권하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여권에서 강력한 ‘언더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야권에선 이번 유 원내대표의 사죄를 놓고 실망의 분위기가 역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허영일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유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부당한 압력에 고개를 숙임으로써 더 큰 정치인으로 도약할 계기를 상실한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허 부대변인은 ”개혁적 보수, 합리적 보수의 출현을 기대하는 많은 국민들은 유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여야 합의정치의 행보를 보면서 많은 기대를 가졌지만 ‘한 여름 밤의 꿈’이 되고 말았다“고 평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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