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인터측 “받아들일 수 없다”
포스코그룹이 계열사 대우인터내셔널의 전병일 사장을 해임키로 내부 결론 내렸다. 최근 포스코가 대우인터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검토한 사실이 공개되자 전 사장이 반발한 ‘항명 사태’가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우인터는 회사의 핵심자산인 미얀마 가스전 매각 계획에 이어, 대우 출신인 전 사장의 해임건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전 사장 해임에 대한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달 14일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 대우인터를 포함한 전 계열사 대표이사가 ‘사즉생(死卽生)’의 의지를 표명한지 얼마 안돼 이뤄진 조치다. 전 사장은 쇄신위원 13명 중 한 명으로, 쇄신위 출범 당시 사표를 던지며 각오를 다진 바 있다.
사건의 발단은 포스코그룹이 구조조정의 우선순위로 대우인터 자원개발사업부문 매각을 적극 검토하면서부터다. 전 사장은 지난달 26일 대우인터 사내게시판에 미얀마 가스전 매각에 반대하는 소신 발언을 올리며 포스코와 대립각을 세웠다. 전 사장은 당시 “포스코 구조조정은 우량 자산이 아닌 부실 자산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갈등이 불거지자 포스코 수뇌부는 전 사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포스코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사즉생’의 각오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사활을 걸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계열사 대표의 인사 처분은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르면 다음주 중 전 사장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보인다. 사표가 수리되면 쇄신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사퇴하는 계열사 대표가 된다.
전 사장은 1977년 대우중공업에 입사해 대우인터내셔널을 거친 ‘대우맨’이다. 지난해 3월 사장에 취임해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대우인터 내부에선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 사장 해임이 아직 공식 확인된 사실이 아닌만큼 좀 더 두고 보자는 반응도 있지만, 일부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발 기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9일 기자들과 만나 미얀마 가스전 매각설에 대해 “만일에 대비해 (가스전 매각을) 검토한 것이지 당장 판다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권 회장은 “경기가 나빠져서 포스코가 안좋아지면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럴 때 미얀마 가스전도 팔 수 있다”라며 “이때 값어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살펴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