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삼성전자가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의 동맹전선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이번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기기 회사 ‘메드트로닉’과 손을 잡았다.
이로써 최근 두 달 새 삼성전자가 관련 파트너십을 구축한 전세계 기업ㆍ단체는 총 4곳으로 늘어났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제품과 부품의 생산, 소프트웨어 개발, 서비스 인프라 구축까지 독식하던 과거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생태계 조성’에 더욱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메드트로닉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미국 당뇨병협회가 보스턴 컨벤션 센터에서 주최한 ‘제75회 정기 콘퍼런스’에서 장기(Long-term) 파트너십 체결을 공식 발표했다.
메드트로닉은 지난 1949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문을 연 초대형 의료기기 회사다.
지난 2013년 기준 전세계 의료기기 시장 1위 주자는 285억 달러의 매출(점유율 7.8%)을 올린 존슨앤드존슨이었지만, 올해 초 메드트로닉(매출 170억 달러, 점유율 4.7%)이 코비디엔(매출 102억 달러, 점유율 2.8%)을 인수하면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의료기기 업계는 오는 2020년 메드트로닉이 존슨앤드존슨, 지멘스 등을 제치고 세계 최대ㆍ최고의 업체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직 의료기기 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최적의 파트너를 만난 셈이다.
삼성전자는 메드트로닉과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모바일 당뇨병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드트로닉은 실시간으로 혈당을 모니터하는 인슐린 펌프 ‘미니메드’를 시판 중인데, 이 제품과 스마트폰을 연결해 사용자가 원격으로 혈당 수치를 확인하고, 위험상황(혈당 수치가 너무 높거나 너무 낮은 경우) 발생 시 보호자와 의사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토록 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애플리케이션(앱)은 현재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된 ‘S-헬스’처럼 환자와 인슐린 펌프의 데이터를 매일 축적해 의사에게 전달, 보다 정확한 처방을 도울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요한 것은 최근 삼성전자가 잇달아 세계적인 의료단체 및 헬스케어 기업과 손을 잡으며 ‘수직계열화’로 대표되는 과거의 경영스타일을 과감히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이스라엘 사물인터넷 스타트업 마이비트앳과 노년층을 타겟으로 한 클라우드 건강관리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한 데이어, 미국의 비영리 의료기구 파트너스 헬스케어와도 모바일 만성질환 관리 솔루션 개발 협약을 잇달아 맺은 바 있다. ▶본지 4월 16일, 30일자 14면 참조
이달 초에는 중국 최대 보험사 평안보험그룹과 중국 내 모바일 헬스케어 통합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급부상 중인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서비스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분야”라며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개방’과 ‘협업’은 필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