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선제대응으로 주목받은 박원순<사진> 서울시장이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오는 13일로 예정된 서울시 지방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이다. 13만 수험생의 인생이 걸려있는 만큼 ‘과잉대응’으로 연기하기도, 그렇다고 메르스 유행을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13일 서울 시내 155개 학교에서 치러지는 서울시 공무원시험에 13만515명이 응시했다. 서울시 공무원시험은 수험생이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는 그야말로 ‘전국구’ 시험이다.
문제는 메르스 격리 대상자가 단 1명이라도 포함될 경우 자칫 3차 유행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시장의 결단이 서지 않으면서 서울시의 공무원시험 시행 방침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8일 메르스 격리 대상자도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별도의 시험장을 준비하기로 했지만 하루 만에 없던 일로 말을 바꿨다. 이어 대다수 수험생의 입장과 일정을 고려해 격리 대상자를 제외하고 예정대로 시험을 치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무원시험은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것이 기본원칙”이라면서 “13만명의 수험생 중 확진환자는 없지만 1명이라도 격리 대상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스 2차 유행이 지난달 말 시작된 만큼 잠복기(14일)를 감안해 앞으로 추가 감염자만 없다면 이번 주 후반부터 진정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공무원시험 ‘연기’ 가능성도 열어놨다. 김 기획관은 “만약 지역사회 감염이 1건이라도 발생했다는 보고가 접수되거나 이에 준하는 위험한 수준이 감지되면 (공무원시험은)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기획관은 특히 “격리 대상자의 숫자가 매순간 변하면서 추가되는 사람이 있고 해제되는 사람이 있다”면서 “누락되지 않을지 염려된다”도 했다.
서울시의 방침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서 “수험생 중 격리 대상자는 자진 신고해달라”는 황당한 당부도 했다. 격리 대상자는 시험볼 기회조차 박탈 당하는 상황에서 누가 자진 신고를 하겠느냐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서울시의 방침에 수험생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결국 최고의사결정권자인 박 시장이 하루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게 서울시 안팎의 시각이다.